병원감염 예방대책 없나?
병원(획득성)감염은 병원 혹은 요양기관의 치료 중에 발생한 2차 감염으로, 통상 환자가 입원 후 48시간이 지난 때 부터 퇴원 후 30일 이내에 감염(질병)이 나타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 경우 감염균은 환자가 본래 가지고 있던 미생물인 경우도 있고, 병원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인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입원환자의 5~10% 정도에서 병원감염이 나타나고, 주로 뇨로감염, 수술부위감염, 기관지 혹은 폐 감염, 혈액관련 감염 등이다.
병원감염은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있어왔다. 1840년대에 젬멜바이스(Semmelweis)는 의사가 산과환자를 보고 손을 잘 씻지 않은 경우 그 이후의 산과 환자의 신생아에 신생아열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불교경전에도 식사 전에 콩비누(조두, 豆) 또는 우시(牛屎, 당시 비누의 일종)로 손을 깨끗이 씻게 하고, 양지(楊枝)로 이를 닦는 양치질을 하도록 하였다.
1860년대에 파스퇴르가 병은 미생물이 일으킨다는 질병세균설을 주장하고, 외과의사인 리스터는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소독제인 석탄산으로 손을 씻고 수술기구를 소독하므로써, 수술후 감염률과 사망률을 대폭 줄였다. 또한 미생물 감염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살바르산이나 설파제 등의 화학요법제를 거쳐, 1928년 플레밍(Fleming)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등장하고, 그 이후 많은 항생제가 등장하였다.
우리들은 수많은 미생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들 미생물은 유익한 경우도 있고, 해로운 경우도 있다. 인체는 선천적으로 병원균에 대항하는 많은 장치를 가지고 있다. 피부와 점막은 외부의 미생물이 인체 내부환경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우주복 같은 역할을 한다. 또 백혈구 등은 염증에 관여해 일단 우주복을 뚫고 들어온 균에 대한 신속 저항군 역할을 하고, 면역체계에 의해서 장기적인 대처를 한다.
세균으로 인한 질병을 앓게 되려면, 세균의 착상, 증식, 독성이 있어야 하고, 인체의 저항성이나 면역체계를 이겨야 한다. 건강인은 감염이 잘 안 일어나고 감염이 되어도 이를 쉽게 극복한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 그 중 특히 노약자나 유아, 면역억제제 복용자 등은 저항력이 약해 쉽게 감염되고,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주사, 카테터, 수술 등은 인체의 우주복을 손상시키는 술식으로 감염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타인 또는 동물의 장기이식도 감염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병원은 각종 질병 즉 병원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미생물들은 변이과정을 끊임없이 거친다. 그래서 다양한 미생물을 강력히 억제하는 광범위 항생제를 계속 개발해도, 그를 극복하는 내성 미생물이 또 등장하고, 특히 항생제 남용시 소위 말하는 수퍼박테리아가 잘 생긴다. 현재 메티실린저항균(MRSA), 반코마이신저항균(VRE) 등의 수퍼박테리아가 있다.
병원감염은 이들 중 1/3은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선 국가에서 감염관리에 관한 일관된 지침을 마련하고, 감염관리 비용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각 병원의 중환자실이나 병실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요원들은 병원감염예방을 위하여 병원환경의 청결, 각종 기구의 철저한 소독과 관리법 등을 숙지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더욱 노력해야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항생제 과다사용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국민, 의료진, 국가 모두 수퍼박테리아의 출현가능성을 높이는 항생제 오남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