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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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민간(民間)의 음차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제나라 경공(景公)때 안자가 말한 것으로 지역의 풍속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품성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의 차 문화는 보이는 현상과 민중사상의 결합을 재현하고 문인들의 다도 정신을 함축했다. 일반인은 처음에 다예(茶藝)가 너무 복잡하고, 여유가 없어 배우지 못하고 갈증 해소로 마시는 것에 불과했으며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끊임없는 음차(飮茶) 방식의 창조로 인해 각 지방 마다 특색 있는 다예를 만들어 흥미를 일으켰다. 청말 민국 초에 이르러 민간의 음차도 흥미와 기예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질박하고 간결하여 일반 농민과 근로자들에게 고결한 정신과 덕을 함양케 했다. 이것은 민간의 일상 관념과 생활습속(生活習俗)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오늘날까지도 대만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공부차(工夫茶)는 복건의 산간지역과 광동의 조산(潮汕)에서 널리 유행된 음차 방식이다. 다구에서 물, 찻잎, 우리는 것, 마시는 것 등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많은 학습(學習)을 통하여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진 행다(行茶)로, 규칙을 중요시 하여 정교(精巧)하기는 했지만 탈속(脫俗)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작은 가게나 골목길 등 공간이 주어지면 차를 우린다. 심지어 농민들이 일을 하기위해 산에 갈 때도 과자와 다구(茶具)를 어깨에 지고, 휴식할 때는 다구를 내려놓고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신다. 집에서도 한가한 시간에 공부차를 우리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산간 지역의 농민은 부유하지 않지만 차를 마시기 위해 산천수를 사고, 비싸지 않은 다구를 갖추었다. 일반인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이런 공부차를 마시면서 입에 향기 가득 담고 고생스러운 생활을 잊어버린다. 음차를 통하여 정신과 물질, 형식과 내용의 통일을 이룬 것이다.
중국은 차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보편적인 습속(習俗)이다. 각 지방의 경차(敬茶) 방식과 습관은 다르다. 북방의 부잣집은 손님이 집에 오면 먼저 하인이나 자녀가 차를 올린다. 이것은 단지 예절을 표하는 것으로 마시지 않아도 된다. 다음에 나온 차는 아주 세밀하게 맛보며, 주인과 손님의 대화가 아주 흥미진진해지면 차는 흥을 돋워 마음을 통하게 하여 다도의 감정을 교유하는 시간으로 친밀한 관계에 이르게 된다.
강남에서는 손님과 친구를 초대하여 좋은 일과 재물이 들어오게 한다는 의미로 제일 좋은 차에 기타 식품을 넣어 정을 표현한다. 호남에서는 손님이 오면 반드시 차를 앞에 올리고 차 탕 중에 찻잎 외에 볶은 콩과 생강편을 넣는다. 차를 마실 때 반드시 콩을 씹고 깨와 찻잎을 씹는다. 평소에 음차를 많이 하지 않는 지역의 사람들도 손님이 오면 반드시 꼭 한 잔의 차를 우려 대접한다. 항주에서는 매번 집집마다 신차를 끓여서 각양각색의 씨를 배합하여 친척과 친구에게 준다.
민간의 음차는 유가, 불가, 도가의 계통적인 차 문화의 체계와 같지 않고 표현 형식도 규범적이지 않아 상층(上層)의 차 문화처럼 열정적이며 고상한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지역의 예의나 사상이 아주 선명한 것 외에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음차(飮茶)의 정신을 일상적인 교유의 매개체로 이용하였다. 민간의 차 문화는 현실생활의 반영일 뿐 아니라 특수한 형식으로 일상에서 벗어나는 정화(淨化)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이창숙(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연구원)
2008-02-28 오후 10:4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