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의 기법 가운데 중요한 것이 해석이다. 해석에는 내용 해석, 저항 해석, 전이 해석, 꿈 해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해석 과정에는 네 단계가 있다. 첫째 단계는 내담자를 어떤 특정 사실이나 체험과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는 직면한 사실이나 사건, 의미 등을 더 날카롭게 초점을 잡아 명료화하는 것이다. 세번째 단계는 전체의 해석 과정에 속하는 좁은 의미의 해석으로, 분석가가 여러 상황과 정보를 커다란 의미 종합 속에서 추론하여 내담자에게 말로 전달하는 것이다.
네번째 단계는 훈습(working through)으로, 분석 과정에서 해석한 것을 통합하고 해석과 더불어 유발된 저항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위 네 단계에서 알 수 있듯이 내담자는 해석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제에 대해 통찰(insight)에 이른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거나 잘 모르던 동기, 관계, 느낌, 추동 등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찰만 갖고는 부족하다. 내담자가 자신의 갈등이나 문제에 대해 통찰을 경험했다고 해서 행동 변화가 바로 오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훈습이 필요하다.
훈습이란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혼자서 당면하고 일상생활 장면에서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치료적 장면에서 이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경험하게 하는 재교육의 과정이다. 과거의 힘든 경험을 기억해 내서 반복할 뿐만 아니라, 자아가 성장하게끔 하는 기술을 획득하는 것이다. 내담자는 훈습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감정이나 충동을 이해하고, 이해하는 바를 느끼게 되고, 그 결과로서의 현실을 부정하기보다는 직면할 수 있게 되며, 더욱 성숙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을 배운다.
정신분석의 통찰-훈습은 불교의 깨침-닦음의 문제와 비슷하다. 불교에는 깨침과 닦음에 대해 여러 가지 입장이 있다. 즉 돈오돈수(頓悟頓修), 돈오점수(頓悟漸修), 점오점수(漸悟漸修)가 그것이다. 돈오돈수란 한 번 깨달으면 완전히 깨달아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다는 뜻이며, 돈오점수란 단박에 깨닫더라도 미세한 습기가 남아 있으므로 점차 더 닦아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점오점수란 점진적으로 깨닫고, 깨달은 후에도 계속 닦아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정신분석에서 이루어 가는 통찰-훈습 과정은 점오점수에 가깝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씩 통찰해 나가고 그 통찰을 바탕으로 훈습을 통해 현실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분석의 훈습에 가장 가까운 말이 불교의 보임(保任, 보림이라고도 함)이다. 보임이란 보호임지(保護任持)의 준말로서 깨달은 사람이 그 경지를 잘 보호해 지켜가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해석 과정이 불교 수행의 어느 입장과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정신분석의 통찰과 과 불교 수행의 깨달음은 비교 자체가 무리다. 불교 수행은 인간의 생사 문제를 통째로 해결하는 일대사(一大事)지만, 정신분석은 무의식에 억압되어 삶에 문제를 일으키는 무엇, 주로 신경증적인 면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이트가 “아무리 최고의 치료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불행’의 상태로 되돌릴 뿐”이라고 자조했을 것이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