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은 ‘진리의 내비게이션’
전국을 운전하고 다니면서 놀기 좋아하던 P씨는 몇 년 전부터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다. 여름 휴가 때도 운전하고 다녀 온 그는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 저보고 차 운전보다 마음 운전을 잘 해야 더 행복하고 잘 살거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냥 비유만이 아니라 정말 차 운전하는 것하고 마음 공부하고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님은 “그래요, 어떤 점이 비숫하다고 느끼셨어요?”하고 물었다.
“우선 길을 나서려면 목적지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가는 곳을 모르고 길을 나서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인생에서는 자기 삶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가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해 보니 다닐 직장이 있고 놀기 좋아하고 하니 별 생각없이 그냥 살아 온 것 같습니다. 눈 앞의 일, 매일 먹고 살기 바빠서 자기 마음을 조용히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인데요. 마치 당장 운전하기 바빠서 자기가 정말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그냥 가고 있는 것과도 같아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차 운전을 해도 목적지가 있는데 전 삶의 목적지도 정확히 모른 채 매일매일 눈 앞의 경치만 따라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요.
누가 운전하고 가는 사람한테 ‘당신 어디로 가고 계시오?’ 물었을 때 ‘글쎄, 잘 모릅니다. 그냥 남들 가는 대로 대충 가고 있어요.’ 한다면 저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 했을 거예요. 돈을 얼마 저금해야겠다, 몇 살에 은퇴하겠다, 노후엔 어떻게 살겠다, 이건 다 가는 길에 필요한 것일 뿐이지 최종 목적지는 아니거든요. 돈, 건강, 가족, 직업, 노후대책 등이 필요한 이유는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인데요. 사회에서 필요하다는 것들만 따라 살다보니 정말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는 모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재미있는 비유네요. 법우님 말이 맞아요. 얼마 전 우리나라 자살 통계를 보니 작년에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하고 그 중 노인이 30%정도나 된다는군요. 그런데 자살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이 염세와 비관으로 나왔어요. 바로 마음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지요. 정말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보람있게 살며 오히려 남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조건과 상황이 힘들다고 마음까지 포기하거나 절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거든요. 마음의 목적지를 어느 방향으로 갖는가에 따라 생사까지 달라지게 됩니다.”
P씨는 웃으며, “스님, 전 워낙 놀기를 좋아해서요. 요즘 운전할 때 자동으로 길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인생살이에도 그런 것 좀 없나요? 안내하는 대로 따라만 가면 얼마나 편할까 싶은데요.”
스님은 “허허, 왜 없어요? 마음 공부를 위한 내비게이션 안 가지셨어요?” P씨는 깜짝 놀라서 “그런 게 있었나요? 전 못받았는데요.” “안 드리기는요. 원래 누구나 갖고 있는 건데요. 법우님 마음 속 근본에 있는 부처님 마음이 바로 마음 내비게이션이지 뭡니까. 그 근본 마음이 안내하는 대로만 따라 가시면 됩니다.” “에이, 스님도…. 근데 부처님 마음의 소리는 듣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지도와 약도도 같이 드렸잖아요. 부처님 말씀과 팔만대장경, 교리, 법문들이 전부 얼마나 자세하게 인생길을 안내해 드리고 있어요?”
“스님, 그렇긴 합니다. 부처님표 내비게이션, 그걸 몰랐어요.” “법우님,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마음 속 목적지가 있어야 되고 지도가 있어야 되요. 앞으로도 살면서 헛갈리면 마음 속에 있는 부처님표 내비게이션을 켜세요. 언제 어디서나 한 찰나에 작동해 준답니다. 충전도 따로 필요없어요. 항상 저절로 불이 켜져 있거든요.”
차를 운전하려면 열쇠가 있어야 한다. 열쇠가 없으면 시동을 걸 수 없고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이와 같이 열쇠가 필요하다.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운전해 가려면 몸과 마음에 시동을 걸 열쇠가 있어야 한다. “수억겁 광년을 끌고 온 자기 근본처가 다가오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라고 하신 말씀처럼 자신 속의 자성부처님이 바로 삶의 열쇠이자 참 주인인 것이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