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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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용(건국대 철학과 교수)
자식사랑과 ‘하면된다’ 정신
맹자는“옛사람은 자식을 바꾸어 가르쳤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 아비는 자식에게 사랑과 기대가 크기에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마련이고, 자식은 “아버지도 못하면서 나에게만 요구한다”고 반발을 하게 되어 결국 부모자식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강함을 말하는 것이며, 그 잘되라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요, 선한 사람이 되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기에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자식은 착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이야기 속에는 사람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근본적으로 선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요, 그것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바람에서 드러난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요즈음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납치폭행사건을 보면, 위에서 한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을지 당혹스럽다. 김승연 회장은 과연 아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아들에게 나쁜 짓을 가르치려 했던 것일까? 만일 자신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고도 태연히 아들에게 그러한 본보기를 보이려 했다 하면, 위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부정되고 말 것이다.
그렇지는 않으리라. 악한 모범을 보여 아들을 악한 길로 인도하려는 아버지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생각 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들어봐도 김승연 회장 일가의 지나치리만큼 강한 가족애와 내리사랑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결국 빗나간 사랑, 잘못된 자식사랑이 일으킨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되어 넘어가야 할 일일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된 자식사랑이라는 한 마디 말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그 속에 숨어 있다. 사회 상류층에 속하는 기업의 회장 일가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도덕성의 결여, 가족이기주의에 파묻혀 사회적 책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질서에 대한 존중의식마저 그리도 쉽게 팽개쳐 버리는 재벌의 행태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심각한 병리현상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심각성은 김승연 회장이 그러한 폭행을 하면서 자식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런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해결이 무언가 ‘남자다운’, 나아가 어떤 ‘멋들어진’ 해결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김승연 회장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남자답고 멋있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려 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준법의식의 결여라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많은 조폭영화들이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 것도 역시 그러한 병리현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화려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그 결과만 얻어 누릴 수 있다면, 그에 도달하는 과정은 어찌해도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은채, “하면 된다!”는 구호 아래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의 최근세사가 낳은 너무도 무서운 질병을 온 국민이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역사 속에서 “하면 된다!”는 구호를 충실하게 따라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는 김승연 회장이라면, 당연히 자식에게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을까?
단지 김승연 회장의 폭력행위라는 결과만을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하면된다!” 식의 대표적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인 김승연 회장의 행태 속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이제라도 깊이 인식하고, 해서는 될 것과 안될 것을 가리는, 아니 옳은 것이라면 안될 것이라도 해야 하는 민주사회의 시민의식을 기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2008-02-27 오후 12: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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