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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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곳이 없기에 갈 곳도 없어 영원한 부처님오신날!
못났든 잘났든 그냥 수순히 걸어가세요!

(지난 호에 이어서)
▲질문자1(남): 그런데 스님 앞에서 이렇게 법문을 들을 때는 금방 제가 부처가 될 것만 같고 하늘을 날 것 같고….
▲스님: 이것 봐! 부처가 되려고 하지도 마라. (대중 웃음) 이 세상에 부처가 되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면 답답한 마음이 또 생길 테니까. 그러니까 그대로, 못났든 잘났든 그대로 그냥 수순히 걸어가. 그냥 딱 세우곤 입 딱 다물고 그냥 걸어가다가 딱 닥칠 때 ‘네가 하는 거지. 너!’ 하고선 말 안 해도 ‘너!’ 할 때 그건 그냥 그대로 깜짝할 사이야. 그러니 재생이 돼서 체가 나올 때는 거쳐서 나오는 그 시간이 있겠지만 자동적으로 불이 확 붙어서 끓는 쇠가 돼 가지고 직접 바로 나와. 그러니까 그렇게 약한 마음으로 이 도리를 어떻게 공부하겠나?
이 세상에 잠시 왔다 가는 거야. 그러니 앞으로 살기 위한 욕심으로, 가난 때문에, 병고 때문에, 잘 살아야지, 위대하게 돼야지, 이런 것 때문에 이 공부 하지 마라, 진짜! 진짜! ‘안 돼! 이거는 어떠한 억겁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하란 말이야. ‘안 돼!’ 하면 그냥 안 되는 거지. 이게 이렇기 때문에 왁 소리를 지르고 그랬어. 그러곤 그냥, 손을 번쩍 쳐들어서 그냥 쳤단 말이야! 이게 진짜 깊은 물이 되기 때문에 큰 배가 뜰 수 있고, 큰 배가 뜰 수 있기 때문에 거기 중생들을 다 태울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오늘 첫째 일요일은 항상 이렇게 서로 토론하고 공부를 해 나가면서 그 쓰리고 아픈 상처를 아물리고, 내 몸에 들어 있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해서 천백억화신으로 들락거리면서 나와 남을 위해서 일하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고 전 세계를 융화시킬 수 있어야겠지. 전 세계를 융화시키고 건지려면 또 우리가 집을 잘 지켜야 하지. 지구집을 잘 지켜야 하는 것도 우리의 소임이다 이거야. 우리의 집이니까. 내 몸도 그래. 여러분이 부모에게 뼈를 받고 살을 받았는데 인간이 돼 가지고 진짜 사람이 못 된다면 어떻게 효가 될 수가 있겠느냐? 부모에게 잘해 드리고 잘 입혀 드리고 그래서가 아니다 이거야. 내 몸을 잘 간직해서 건강하고 진짜 인간이 됨으로써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 거다 이거야.
부모는 자식한테 효도를 받으려고 하는 것보다도 아니, 오늘 그런 말도 나오게 생겼지. 봐요, 오늘 뭐, 어린이날이라면서? 난 그것도 모르고 오늘 “애들 오면 뭘 좀 줘야지.” 그랬더니 “오늘 어린이날이 돼서 다 싸 놨는데요.” 그래서 “아휴, 너희들이 나보다 천 배 만 배 낫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얘기만 했는데….” 그런 얘기를 했어요.
어느 부모든지 자식이 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어디가 병들었다 그런다면 얼마나 아파하는지, 그거는 자식들 입장에선 생각조차도 못할 겁니다. 나가서 다녀도 좋은 게 없고 아무리 우스운 일이 있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 그런 부모가 돼 버리고 맙니다. 이게 효도입니까, 어디? 그러니까 막 굴리지 말라 이거죠, 젊은이들도. 자기 몸 막 굴리면, 자기 생각대로 막 굴리면 그건 효도도 못할 뿐만 아니라 충성도 못하죠. 또,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이라고 그랬잖아! 자기 몸에 들어 있는 자기 중생을 제도 못할 땐 자기 집이 있으나 마나지, 그거. 제도 못하면 자기 집도 망가지지, 자기 집 속에서 사는 자기의 의식들도 다, 인연들도 다 그냥 끊어지는 거야.
미래의 정신세계가…, 미래라고 그러니까 미래지 여러분이 정신세계를 지금 이 자리에 가지고 있고, 과거 자리도 이 자리에 가지고 있어요. 현재의 자리가 미래, 과거 자리가 현재로 돼 가지곤 돌아가니까, 불바퀴처럼 돌아가니까, 바로 법바퀴가 여러분이 공(空)해서 자꾸 돌아가니까, 끊임없이 돌아가니까, 죽고 사는 생사의 문제에 끄달리지 않고 그런다면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요, 오늘이 바로 영원한 그날이죠.
이번에 “사월초파일 메시지를 쓰세요.” 그래서 “그걸 왜 벌써 쓰냐? 4월 8일은 아직도 멀었는데.” 그러니까 “먼저 모두 돌려야 될 거 아닙니까, 지원에.” 그러니까 먼저 써야 된대요. 그 소리를 듣고 “그럼 받아 써!” 했습니다. 그래 놓고서 또 자기가 해 놓은 거를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사무장님더러 읽어 보시라고 그랬습니다. 그러고는 “그거 누가 했는지 3단계로 곧잘 했구나.” 그랬어요.
그런 것처럼 4월 8일은 여러분이 있는 이 장소에서 그대로 4월 8일입니다. 왜냐? 4월은 바로 동서남북 전체를 말하고 8일은 유(有)·무(無), 즉 말하자면 사무사유(四無四有)가 한데 합쳐져서 돌아간다는 거를 뜻해서 4월 8일입니다. 그 ‘오신 날’이 얼마나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 뜻을 깊게 깊게 새겨야 합니다. 바로 영원한 오늘이죠. ‘온 곳이 없기에 갈 곳도 없어서 영원한 부처님 오신 날일세.’ 했단 말입니다. 이 못난이가 잘했죠? 어때요? 허허허…. (대중 웃음) 그러니 여러분도 못난이죠? 나도 못났고요. 부처님도 전부 못났어요, 아주.
못났으면서도 가섭(迦葉)에게 다자탑(多子塔)의 반을 탁 내주면서 앉았단 말입니다. 야, 참! 그것은 이 세상에 조금도 버림이 없는 한자리였습니다, 한자리. 그거를 가르치기 위해서 반자리를 내주신 그 뜻이 얼마나 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거를 항상 읽고 돌아가기만 하지 그 뜻을 한 번도 새겨 본 예가 없어요. 알기야 뭐 불자라면 아마 열 살만 넘었다 하면 다 알 겁니다, 그 소릴 들어서. 그런데 행하기가 그렇게 어렵고 그 깊은 속을 모른다 이겁니다. 또 질문하실 분 있으시면 질문하십시오. 오늘은 시간 제한하지 말고 우리 그냥 푹 빠져 보죠, 그냥. 하하하….

▲질문자2(남): 스님! 스님도 못났고 저희들도 못났다고 그래서, 못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대중 웃음) 스님께서는 저희들을 공부시키면서 몰락 놓으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때로는 무조건 맡기라고도 하시고, 그런데 그 몰락 놓으라, 무조건 맡기라는데 생각이 미치는 그놈하고, 맡기는 놈은 누구이며 맡는 놈은 또 누구냐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결국은 맡기는 자와 맡는 자가 모두 나 자신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놓고 맡기는 거기에 아무런 경계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놓는 것도 맡기는 것도 없는 셈이 되는데, 스님께서는 ‘놓아라! 놓아라!’ 하시니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인지 궁금합니다.
▲스님: 지난번에도 내가 얘기했죠. 큰 솥에다 팥죽을 쑤는데 말입니다, 팥죽 방울이 너무 많거든. 수도 없이 그냥 막 끓어오른단 말입니다. 여러분 뱃속에서도 수없는 생명의 의식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놓는 데도 한군데, 나오는 데도 한군데다 이겁니다. 그런데 요 방울 조 방울, 요 방울 조 방울이 연방 나오는데 한군데서 나와서 한 가지로 고정되게만 한다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마는 천차만별로 다른 방울이 그냥 솟아 나와요, 그 죽솥에서 죽방울이 말입니다. 방울은 작고 크고 달라도 죽솥에서 나오는 거니까 죽솥에다가 놔라, 이런 건데, 즉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요놈도 문수! 요놈도 문수!’ 하고 죽방울이 나오는 대로 주걱으로 쳤다지 않습니까.
그렇듯이 그것이 다 용도가 다릅니다. 우리가 살림하면서 별게 다 나오는데, 병고로 인해서 걱정, 가난해서 걱정, 회사에 가서 상사들한테 꾸중을 들어서 걱정, 또 애들이 속을 썩여서 걱정, 또 부부지간에 싸워서 걱정, 돈이 없어서 걱정 뭐, 걱정도 한두 가지가 아니죠. 그러니까 ‘죽방울은 죽방울인데 그렇게 다른 죽방울이니 그것들이 다 한 죽솥에서 나온다 하는 것만 믿고 알아라. 그러면 거기에 다 놓는 거다.’ 이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 솥의 죽방울이니 걱정을 하지 말고, 당장 애가 나가서 죽는다 이러더라도 걱정을 안 하고 ‘거기에서 나온다’ 하는 거를 안다면 그 애는 나가서 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한 것이 벌써 전체 통신이 되기 때문이죠. 가설이라고 그러는 소리가 무슨 소리냐 하면, 내 형이라는 거를 알고 있으니까 가설이고, 아들이라는 거 마누라라는 거 알지, 어머니라는 거 알지, 다 알잖아요, 여러분 가족은. 그러니까 급하면 급한 대로 절친하면 절친한 대로 다 알아요. 알기 때문에 가설이 됐다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한생각을 그렇게 하는 동시에 바로 식구들까지도 다 통화가 돼요. 거짓말 아니에요. 통신이 된단 말입니다. 그러니 거기에서 벌써 ‘난 집으로 들어가고 싶구나.’ 이러곤 저절로 들어오죠. 자동적이에요, 그거. 이렇게 자동적으로 사람을 다뤄야 그게 이심전심이에요. 두 마음이 아니고 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이겁니다.
애들이 잘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난 이것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다면 어른이 생각할 때 천부당만부당할지라도 “그래, 네가 하고 싶으니까 해 봐라.” 그러고선 아주 좋게 그냥 받아 주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만 경험하고 딱 돌아서게끔 마음에다 관해 놓으면 가설이 돼 있기 때문에 나가서 다 해 보고는 “아이, 아버지, 나 그거 고만두겠어요.” 하게 됩니다. 그러면 “왜 고만두니?” 외려 그러거든. 그러면 “아, 이만저만해서 그러니까 저 다른 걸로 하겠어요.” 한단 말입니다. 요렇게 해서 사랑과 자비, 의리, 이심전심으로 가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그 관심, 이것이 진짜 사랑이죠.
그런데 그냥, 나가서 조금만 잘못됐다 하면 그쪽 이유는 듣지도 않고 “야이, 이놈의 새끼야, 너 어디 갔다가 이제 들어왔어? 공부하라니까! 이 애비는 땀 흘리고 벌어다가 너희들 공부시키는데….” 이럽니다. 누가 아니래나요? 하하하…. (대중 웃음) “그렇게 공부시키는데 요놈 새끼, 뭐 어디 가서 자고 들어와?” 그쪽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는 겁니다. 내 속에서 나오는 대로 그냥 해 버리는 거예요. 이거는 내가 먼저 내 얘기를 하기 이전에 상대방 얘기부터 듣고, 잘못됐으면 “얘,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니?” 하고 주인공에 맡기는 거, 또 그렇지 않으면 “얘, 그렇게 해서 못 들어왔구나. 그건 참 잘했구나. 네 친구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면 참 잘했다. 사나이가 그런 의리도 없이 어떻게 살아나가겠느냐.” 아, 이렇게 좀 북돋아 주면 나가서 잘못하래도 안 해요.
이것이 부모가 삼분의 일 가르치는 일이고, 삼분의 일은 자기가 자작하며 이끌고 다니는, 바로 자기 마음을 자기가 다잡아서 나가는 거, 삼분의 일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는 거, 이렇게 3단계가 한데 합쳐지게 되면요, 이랬어 저랬어도 안 합니다. “아버지!” 그러곤 좋아서, 말할 땐 무릎 꿇고 앉아서 정중하게 말하고, 또 재밌게 얘기하고 그럴 때도 이랬어 저랬어, 마구 말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존경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 스무 살, 스물하나 둘 요 정도가 예전 서른 살하고 맞먹는단 얘기죠. 지금 시대가 그만큼 됐으니까 아버지 어머니들은 좀 더 생각을 깊이 해 보셔야 될 겁니다.
그러고도 또 나는 항상 그럽니다. 사소한 일 같더라도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자녀들을 못 보고 그냥 나갈 때는 반드시 몇 자 써서 “얘, 아무개야! 냉장고에 반찬을 넣어 놨으니 그걸 데워서 먹어라. 그리고 언제 들어오는지는 몰라도 좀 일찍 들어와서 배고프지 않도록 해라. 너무 피곤하면 안 되지 않니?” 요렇게 아주 간단하게 써서 상에 놓아두고 나가면 자식들이 그걸 볼 때 차마 그 자비를 내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자기 부모를 내버릴 수가 없습니다. 절대입니다, 이건. 그게 뭐가 어렵습니까? 오늘 내가 이런 말 하는 것은 지금 외국이나 한국이나 너무들 삭막하게 사는 것 같아서입니다. 외국 가면 자녀들이 그냥 그, 마약중독 뭐 이런 것이 돼 가지고요, 부모네들이 상당히 고생합니다, 지금. 또 질문하실 분 있으면….

▲질문자3(여): (대중을 향하여) 제가 먼저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20년 전에 서독에 간호원으로 가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20년 만에 처음으로….
▲스님: 이걸 (질문자 석에 있는 마이크를 가리키시며) 들고 얘기해.
▲질문자3(여): 여러분께서 분명히 저보다도 먼저 스님께 여쭙고 싶은 말이 있는 줄 알지만 제가 여기 안 살기 때문에 저는 기회가 없어요. 20년 전에 간호원으로 서독에 가서 10년 정도 간호원 하면서 살아서 서독 시민증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처럼 기회가 없어요. 여기 올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 그걸 이해해 주시고 떠나기 전에 제 소원이 꼭 하나 있어서 그것을 스님께 여쭙고 싶은데 이해해 주십시오. 이렇게 마음공부 해 가지고 떠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중 박수)
스님, 진심으로 감사하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시니, 떠나기 전에 제 마음속 깊이 여쭙고 싶고 배우고 싶고 마음공부 하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안 계시고 어머니 한 분밖에 안 계신데 5월 8일이 어버이날이랍니다. 딸자식 된 도리로서 어머니께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20년 전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은 어머니지만 아마도 미운 정이 너무나 많았던가 봅니다. 그래서 태어나서 20살 되기까지의 그 수많은 괴로움, 피눈물 나는 고생, 남들처럼 제대로 과정을 밟지 못한 처지에 대한 한과 미움이 서려 서러운 마음이 있어서 엄마를 사랑하기 이전에 서독에 갔다는 그 자체가 꽤나 슬펐어요. 남들처럼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서 서독에 갔어요. 무슨 일이 잘못되면 ‘한국에 있었으면 시집도 갔을 텐데 서독에 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하고 어머니를 원망도 하고 미워했었는데 지금 딱 한마디 간단하게 여쭙고 싶은 것은, 어머니를 마주치니까 차라리 남들처럼 미워했으면 속이 풀리겠는데요, 사랑하는 마음도 없고 미워하는 마음도 없고, 남들은 괴로우면 울고 기쁘면 웃고 그러는데 저는 무감각한 상태…,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저쪽에서 한국 사람은 저 혼자밖에 일을 안 해요. 그래서 20년간 한국 사람을 상대 안 하니까 대화하기가 조금 힘들어요.
저의 마음을 어머니날인 5월 8일에 어떻게 표시해야 할지….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미워하는 감정도 없어져 버리고 사랑하는 마음도 없어져 버리고, 그렇다고 20년 세월 탓이라고 욕할 순 없고, 또 내 형제를 보면 누구라고 말하기 이전에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다시 용서받고 사랑을 받고 싶은데 제가 옆에서 날아가는 철새인지 미워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고, 혼자 속으로 ‘이건 너무나 잔인한 내 마음 병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마음병을 좀 고칠 수 있을지 스님한테 좋은….
▲스님: 말씀을 들을까 이거죠?
▲질문자3(여): 예, 예.
▲스님: 예, 좋아요. 그렇다면 댁이 아무리 고생을 하다못해 천하없어도 나만은 못했을 거야. 그러나 난 부모에게 너무 고마워서 감사하고 있어. 그런데 당신은 지금 미워하다가 여기 와서 보니까 미워하는 마음도 또 이뻐하는 마음도 없다는데 댁이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뭐가 있었어? 미움도 고움도 없었지? 그리고 서독에도 갈 수가 없었을 거야. 당신이 그래도 어머니를 빌려서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이 공부를 할 수 있고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었어.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인생 공부를 배웠지 고생을 안 했더라면 인생 공부를 못 배워. 남이 쓰린지 고운지 또는 아픈지 그거를 느끼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그런 거를 느끼게 됐거든. 곱게 자란 사람보다 더한층 공부를 더 시켰으니 사자가 사자 새끼를 저 내리막에다가 내팽개친 거와 다름없잖아!
그러니 고맙게 생각하고 어머니날 꽃을 사서 드리면서 무조건, 밉고 이쁘고 떠나서 무조건 부모야, 부모란 말이야. 어머니가 살을 주고, 아버지는 안 계신다 해도 뼈를 줬어. 당신의 영혼은 거기에 부합이 돼서 삼합이 합쳐서 당신이라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래도 감사히 생각하고 이제는 모든 거를 다 버리고 “어머니, 감사합니다!” 해야지. 무조건 잘못한 거 잘한 거를 떠나, 이제! 모든 거를 맡겨 놔. 모든 거를 그 용광로에다가 집어넣고! 그러면 재산이 돼서 이 세상에 밝게 빛이 날 거야. 그 얼굴도 이제는 환하게 필거고 그럴 테니까.
“어머니! 이 꽃을 받으세요. 이 꽃이 내 마음의 꽃입니다. 어머니! 꼭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딸 노릇을 꼭 할 겁니다.” 그래야지, 밉지도 곱지도 않다는 게 어딨어? 그러지 마라. 아무리 부모가 잘못했더라도 그때 당시는 아마 자식이 아팠던 것보다 몇십 곱절 아팠을 거야. 그거를 알아야지. 부모는 자식을 배신하는 법도 없고 또 죽이는 법도 없어. 환경이 그렇게 만든 거야. 그러면 그 환경을 누가 가져왔어? 자기가 과거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현실에 닥쳐온 거야. 바로 과거에 자기 산 대로 닥쳐온 거지 누구의 탓도 없어. 알았어?
▲질문자3(여): 네. 감사합니다, 기회를 주셔서. (대중 박수)

▲스님: (삼 배 하는 질문자에게) 급할 때는 일 배만 해.
▲질문자4(여): 저도 사실 마음 밝히는 공부를 참 하고 싶은데 스님처럼 꼭 출가수행을 해서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그걸 여쭙고 싶습니다.
▲스님: 음, 그거는 대답하기가 곤란하잖아, 그건 자유로 하는 건데. 하하하…. 내가 느낀 거 두 가지를 얘기하겠는데 머리 깎고 입산을 한다면 모르는 사람들이 “저이는 스님이야. 그러니까 스님한테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 이러지만, 출가하지 않고 공부하는 이는 그냥 스님하고 똑같이 다 실천할 수 있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넓게 할 수가 없으니까 머리를 깎는 거지,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말이야. 안 보이는 데서는 다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건 자유야. 스님이 되고 안 되는 건 자유고, 공부하는 거는 스님이 됐든 안 됐든 똑같애. 이거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야, 그냥. 아니, 그 도리도 모르고 스님이 된다면 스님은 돼서 뭘 해? 껍데기 스님이 돼야 소용없어, 아무리 천만 명이 된대도. 그러니까 결심하고 스님이 되는 거, 이거 보통사람들 아니야. 허허허…. 보통사람들이라면 우리 이렇게 스님 안 돼. 스님 되는 것도 보통이 아니야. 부모 형제 다 버리고 모든 것을 다 속단해 버리고 이 무명초, 천차만별로 어지러운 모든 걸 깎아 버리고, ‘나는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은 도리를 알겠다’고 다짐하고 들어오는 거, 이거 보통 아니야.
그런데 공부를 한다니까 말인데, 어떤 분야든지, 만약에 의학을 해서 아픈 사람을 건진다 하더라도 이 도리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야. 물질 또는 학술로 배워도 마음으로 50%의 보이지 않는 데서 나오는 걸 체험해서 터득하지 못한다면 자기가 그걸 커버하고 나갈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의당히 이거는 배우고 나가야 된다는 거야,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질문자4(여): 더 솔직하게 스님한테 말씀드리면, 세상에서 말하는 재산이라든지 명예라든지 그런 것은 하나도, 뭐 욕심이 있다거나 그런 생각이 없는데 단 하나 제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제가 시집을 안 가고 그냥 스님이 되어서 살 수 있을까, 그것만은 끝까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생각해 보는 중이거든요, 스님.
▲스님: 그렇게 생각을 해 보고 있는 중이라면 진짜 생각을 해서 단호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음이 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런데 나는 시간 뭐, 그런 게 필요하지 않아. 우리가 시집을 간다 장가를 든다고 하는데, 그런 일에 정신을 빼앗기는 사람이라면 공부도 못할 거 괜히 스님이 돼서 뭘 하느냐. 가정이라도 잘 지켜야지. 이 공부는 모든 사람을 건질 수 있는 그런 것이고, 앉아서도 이 세상을 다 주름잡을 수 있는 거야. 승려가 안 돼도 말이지.
그러나 이 스님네들은 여기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한마음이 돼 줘. 한마음이 돼 준단 말이야. 단호히 결정을 내렸을 때는 우리의 마음이 두 마음이 아니라 전체를 그냥 다 끌어들여서 한마음이 돼. 한 기둥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스님이 되려면 스님이 돼서 이 세계를 누비면서 이 마음법을 전파해도 좋지. 우리 생명의 근본과, 말하고 체험하고 이러는 게 불교니까. 그러니까 풀 한 포기라도 제도하려면 스님이 되고. 그런데 살림하는 사람들은 풀 한 포기까진 생각을 안 해. 또 죽은 사람들까지도 생각을 안 하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아, 살기 바쁘니까. 거기에 차이가 있는 것뿐이야.

▲사회자: 오늘 스님의 높은 법문을 받들다 보니까 어느덧 오늘도 또 예정 시간보다 많이 경과가 됐습니다. 많은 질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마는 요다음 법회날 질문을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저희들을 놓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중 웃음)
▲스님: 아니 회장님, 내가 붙들고 있습니까? 아니, 하하하…. (대중 웃음) 아니, 여러분이 나를 붙들고 있나? 붙들고 있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 있는 분들과 내가 다 붙들고 있는 게 아니고 마음이 한데 합쳐져서 우리가 서로 웃고 서로 얘기하면서 이렇게 한 것이니까,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부처님이 한 말씀도 안 했다는 뜻과 같습니다. 예, 그럼 감사합니다. 아유, 질문하는 게 밀렸다니 언제까지 밀릴까요? (대중 웃음)
2008-02-27 오후 12: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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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