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은 아깝고 술값은 ‘펑펑’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세계 책의 날’을 보내면서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 또 불교인들은 몇 권 정도의 불서를 읽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유엔이 발표한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 순위는 세계 166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또 지난 22일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2006) 신문이나 잡지, 학습참고서 등을 뺀 순수한 책 구입비는 가구당 한 달에 7631원이었다(오락에는 10만 원, 술마시는 데 5만6000원 정도 쓴다고 한다). 평균 책값이 권 당 11,500원 정도라고 볼 경우 가구당 월 독서량은 0.66권 정도이고, 연간으로는 8권 정도이다. 한 가구당 어른이 두 명이라고 본다면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의 연간 독서량은 4권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 불교인들의 불서 독서량은 얼마나 될까? 1년 동안 나오는 불교서적 신간은 350종 쯤 된다. 한 책당 평균 2쇄(약 4천권)를 발행한다면 약 140만권이다. 그리고 이미 구간으로 유통되고 있는 책이 약 1천 5백 종이 되는데, 한 종당 1년에 약 700권이 나간다면 105만권이다. 모두 합하면 약 245만권 정도이다. 그 외 법보시 등을 합하여 아무리 후덕하게 산출해도 300만권은 넘지 못할 것이다.
다음 우리나라 불자를 1000만(통계청 및 불교계 산출)으로 본다면 그 중 절반, 즉 500만은 어른이다. 500만 명이 300만 권을 읽는다면 불교인들의 연간 불교서적 독서량은 0.6권 남짓으로 채 한 권도 안 된다. 우리 불자들이 1년 동안 부처님 말씀이나 사상, 가르침이 담긴 불서를 사는데 쓰는 돈은 많아야 7~8천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커피 두 잔 정도의 값이고 담배 3갑, 한 끼 식사 값이다. 10년 전 통계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연간 약 12권을 읽는다고 한다. 불교인 독서량의 열 배가 넘었다. 물론 이런 통계가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근사치는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최하위(166위)의 독서율을 기록하고, 불교인들은 여타 종교인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읽지 않는 것인가? 물론 이것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책을 읽지 않는 우리네 국민성과 경전이나 책을 경시하는 한국불교의 잘못된 풍조에 기인한다. 책을 읽으면 깨달음에 장애가 된다는 잘못된 사고에 기인한다. 어찌 책을 읽으면 수행에 장애가 된다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한 말이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오히려 오늘날 수행을 잘못 지도하고 있는 선각자들의 탓은 아닐까? 선불교 일변도의 왜곡된 가치관이고 깨달음 지상주의의 폐해이다.
독서는 무지(無知)를 추방한다. 인격을 완성하고 어리석음을 추방한다. 깨달음을 장애하는 것이 어리석은 생각 즉 ‘무지’라면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한다. 요즘은 돈을 벌려고 해도 경제 관련서적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하물며 무지를 추방하는데 1년에 돈 만원도 안 써서야 어떻게 추방할 것인가? 무지는 지식과 지혜로 추방해야 한다. 지혜는 책을 읽어야 생긴다.
불서가 없는 불자 가정은 부처님의 법음이 없는 집이다. 가정마다 ‘불서 108권 장서 갖추기 운동’을 전개하여 독서를 생활화하자. 불교인들도 올해에는 책 좀 읽자. 유흥이나 오락에 치중하지 말고 불서를 읽는 데 시간을 배려하자. 내 영혼을 위해서이다. 불서를 선물하자. ‘108권 장서 갖추기 운동’에 총무원, 포교원이 나서야 한다. 언론도 나서야 한다. 지식인과 저자, 불교출판인들은 모두 분기해야 한다. 이것이 탄탄한 불자를 만드는 길이다. 책을 읽는 한 우리 불교는 진보하고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