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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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으로 가는 길-도종환 | 문학동네 | 7000원
깊이·입체의 삶으로 가는 ‘길’ 찾기
이 시집은 도종환 시인이 최근 세 해 동안 산속에 흙집을 짓고 병든 몸을 치유하면서 쓴 시들의 결과물이다. 시집의 뒤에 ‘산방에서 보내는 편지’가 게재되어 산에 들어간 동기와 산에서 생활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산에 들어간 이유는 “몸이 정지신호를 보내 육신을 쓰러뜨렸기 때문”이고, 이는 몸이 “잘못 살고 있다는 경고”였다는 것이다. 그 세 해 동안 시인은 자신이 “정지해 있었고 괄호 속에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을 “빈 밭처럼 내버려” 둔, 이 정지와 공백과 생략의 시간에 ‘화엄’에서 ‘해인’으로 깊어진다. 여기저기 분주하고 번잡했던 길이의 삶 평면의 삶에서 깊이의 삶 입체의 삶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표제시 ‘해인으로 가는 길’이 그렇다.

화엄을 나섰으나 아직 해인에 이르지 못하였다 / 해인으로 가는 길에 물소리 좋아 / 숲 아랫길로 들었더니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다 / 그래도 신을 벗고 바람이 나뭇잎과 쌓은 / 중중연기 그 질긴 업을 풀었다 맺었다 하는 소리에 / 발을 담그고 앉아 있다 / 지난 몇 십 년 화엄의 마당에서 나무들과 함께 / 숲을 이루며 한 세월 벅차고 즐거웠으나 / 심신에 병이 들어 쫓기듯 해인을 찾아간다 / 애초에 해인에서 출발하였으니 돌아가는 길이 낯설지는 않다 (후략)
-‘해인으로 가는 길’ 전문
화자는 화엄에서 몇 십 년을 벅차고 즐겁게 살다가 심신에 병이 들어서 해인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본래는 해인에서 출발하였으니 다시 해인으로 가는 길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해인에서 경계에 걸리지 않아 무장무애하게 되면 다시 화엄으로 돌아오겠다고 한다. 화자가 말하는 화엄과 해인의 거리는 ‘지척’이다. “화엄으로 휘몰아치기 직전이 해인”인 것이다. 그렇다, 해인에서 화엄으로 가는 거리, 화엄에서 해인에 이르는 거리는 순간이다. 순간이라는 거리도 없다. 그는 산에 살면서 차나무를 심고, 별을 세며 장작을 쪼개고 불빛 옆에서 시를 읽었다. 이러한 산중 생활을 하면서 “그냥 고요하게” 살면서 “나와 내 삶을 끌고 가는 것이 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의 주인도 내 몸의 주인도 아니었습니다”라고 하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러나 자신의 산중 생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자신 하나만의 온기와 허기를 메우기 위한 삶, 도피하는 삶에 대한 우려를 한다. 그가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행동해왔던 “시대의 의무”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세상을 떠나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것이며 세상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의 지난 산중 생활은 시대와 깊은 줄탁을 위한 수련기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봄의 줄탁’에서 형상화 된다.
2008-02-27 오전 11: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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