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기회 혹은 화근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었다. 국가와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다른 나라와 협정을 맺으면서 관세장벽을 철폐하고 새로운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홍수에 비유된다. 홍수가 나면 모든 것이 떠내려간다. 지푸라기도 돌멩이도 떠내려가고 심지어 황소까지 떠내려간다. 어쩌면 자유무역협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선 찬성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우리나라가 샌드위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제개혁의 촉매제’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또 느슨해진 한·미간의 안보체계를 경제적 끈으로 얽어매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관세철폐의 기간이 늘어남으로 인해 수출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판단 한다.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체결의 형식 내용도 중요하지만 밑에 숨어있는 개방의 잠재이익 또한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은 개방의 폭이 한국 측에 더 크기 때문에 결국 불평등한 체결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교육, 의료등 핵심적인 서비스 분야가 빠졌을 뿐만 아니라 농수산업 분야에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한다. 또 법률시장 개방도 단계적으로 한다지만 결국 미국의 텃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한국은 섬유, IT, 디지털TV, 부품 소재 부문에서 이익을 볼 것으로 판단하고, 미국은 농수산업, 제약부문에서 득을 볼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화학, 가죽, 모피, 기계분야에서 적자를 내고 자동차, 철강, 전자, 신발 등에서 흑자를 냈다.
우리나라는 2006년 미국에 458억 달러를 수출하였는데 미국시장 점유율이 2000년 3.3%에서 2006년에는 2.5%로 줄어들었다. 한편 중국은 2000년 8.6%에서 2006년 15.5%로 대폭 증가하였다. 이것은 미국시장에서 중국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4.9% 관세부담이 없어지고 수출품통관절차가 48시간이내 끝나도록 되어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우리나라에 선진기술과 경영기법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이고 산업구조를 선진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기술력만 있으면 우리가 일어설 수 있는 ‘황금의 기회’인데 문제는 우리가 미국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기술력의 기초가 있는가가 문제다. 자유무역협정은 협정 내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상대시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가에 달려있다.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한국의 경제가 나아지는 면도 있지만 남미가 미국에 종속되었듯이 우리도 종속관계로 진행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 때문에 비준저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하튼 이번 협정을 보수세력은 잘된일로 평가하고 진보세력은 비난하고 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이 비준과정이 자유무역협정체결만큼 어려운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의 경우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도 국회비준이 최대변수이다. 1994년 미국과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지만 개방을 경제활동에 연결시키지 못하고 또 협정에 따른 후속대책이 없어 멕시코의 경제는 나아진 것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우리에게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주는 것이고 잘 활동하면 기회가 올 수 있고 잘못적응하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한국경제가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