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선원에서 동안거에 들었던 2000여 출가 대중과 각 사암에서 정진했던 재가불자들이 2월 21일 정월보름을 맞아 안거를 해제했다. 작년 10월 15일(음력) 각자의 화두를 품고 안거에 들었던 수행자들이 얼음 풀리는 계곡을 따라 만행을 나선 것이다.
여름과 겨울에 이루어지는 안거수행의 전통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하다. 불교가 수행의 종교라 불리는 것도 바로 안거의 전통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한 장소에 일정기간동안 대중이 모여 정해진 규율에 따라 생활하며 수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거의 전통은 불교가 가르치는 가장 근본적인 덕목, 다시 말해 자기를 비우고 버리라는 가르침을 훈습하고 체화하기에 꼭 맞는 수행방법이다. 물론 결제와 해제라는 개념은 하나의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수행자는 형식으로써의 결제와 해제에 구애받지 않는다. 다만 숨 쉬는 매 순간 수행자로서의 ‘갈망’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견성성불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야 하는 수행자에게 해제 날은 또 다른 수행의 길을 나서는 날일뿐이다.
그래서 방장 조실스님들은 한 결 같이 결제와 해제를 초월해 자기의 근본을 닦으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출가 수행자건 재가불자건 하루하루가 매일 수행하고 정진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직장불자회에 관심과 지원을
이 달 들어 대전지방경찰청불자회가 창립됐고 서울시 공무원불자연합회도 창립됐다. 대전지방경찰청불자회는 충남지방경찰청에서 분청이 되면서 독자적인 신행단체를 결성했다. 광주지방경찰청불자회도 똑같은 경우다. 서울시공무원불자연합회의 경우 서울시에 소속된 20개 구청 불자회가 연합회를 꾸린 것이다.
이 세 단체의 창립은 조직 형성 과정에 상반된 개념을 갖지만 내용적으로 분명한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활기(活氣)’다. 공직에 있는 불자들의 불심이 개인의 신행 차원을 넘어 동료애와 임무에 대한 열정적인 활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들 세 단체는 새로운 틀을 꾸리면서 조직의 외형적 확대와 성지순례 정기법회 등을 통한 신심고취를 다짐하고 있다. 신행단체의 근본을 튼튼하게 지켜가겠다는 의지다. 세 단체의 창립법회에서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도 내실과 외형을 함께 증장시키는 모범적인 모임이 될 것을 주문했다.
직장은 가정과 함께 한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단위조직이다. 그래서 가정신행 만큼이나 직장에서의 신행활동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만 봐도 직장에서의 신행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 가늠되는 일이다.
사회의 기본단위에서 자생해 활동하는 직장불자회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출범한 세 단체가 직장불자회 활동의 모범이 되고, 직장불자회에 대한 교계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