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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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가다 국 케마 왕비
마가다 국 빔비사라왕의 아내 케마 왕비는 재색을 겸비한 미인이었다. 누구든 케마의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들은 황홀해했고, 그녀 자신도 아름다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도 일찍부터 부처님의 명성을 듣고는 있었지만 부처님은 언제나 육체적 아름다움의 무상함을 지적하는 법문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녀는 자신도 비난을 들을까봐 결코 부처님을 뵈러 가지 않았다.
그러나 빔비사라왕이 지어서 보시한 죽림정사의 경치가 뛰어남을 묘사한 시(왕이 왕비가 듣게끔 일부러 짓게 함)를 들은 그녀는 어느 날 아침, 시녀들을 데리고 울창한 대나무 숲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죽림정사로 산책을 나섰다. 죽림정사 숲속을 거닐던 케마는, 때마침 설법당 쪽에서 들려오는 맑고 낭랑한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끌려 그쪽으로 향했다. 법문하시던 부처님께서는 케마가 설법당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시고, 신통력으로 열여섯 살 가량의 눈부시게 아리따운 소녀의 형상을 만드셔서 그 소녀에게 부채질을 하도록 하셨다. 설법당 뒤쪽에서 숨을 죽이고 설법을 듣던 케마는 갑자기 나타난 아리따운 소녀를 보는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숨이 멎을 것 같았으며, 한 순간도 그녀의 고운 자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 나의 아름다움은 도저히 저 천녀처럼 예쁜 소녀에 비할 수조차 없구나!”
한참 넋을 놓고 소녀를 쳐다보던 케마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아름답던 소녀의 싱싱한 젊음이 순식간에 시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소녀의 몸은 한 순간에 팔십 먹은 노인의 몸으로 변했고, 마침내 그 노인은 법당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이어서 그녀는 그 늙은 여인이 괴롭게 숨을 거두고 가죽만 남은 몸뚱이가 악취를 풍기며 썩어서, 마지막엔 백골만 남게 되는 광경을 놀라움 속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같은 광경을 지켜보던 케마에게, 자신의 몸뚱이도 그 여인처럼 언젠가는 죽어서 썩어 없어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동안 인간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알게 된 그녀는, 이 육체와 거기에 집착하는 삶이 절대로 영원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일어났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케마에게 다음 게송을 일러 주셨다.
“몸의 혐오스러움을 인지할 수 있도록 명상대상에 마음을 고정시키는 수행을 하여라. 몸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도록 몸의 서른두 가지 관점에 대해서 마음챙김(sati)하여라……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주시하여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지각을 계발하여라. 자아라는 개념을 버려라. 그러면 그대 안에서 타오르는 열한 개의 불길을 가라앉히고 열반에 도달하리라.”
법문을 듣고 케마의 마음이 열린 것을 아신 부처님은, 계속해서 <마하니다나경(케마가 전생에 사마니 공주였을 때 가섭불(迦葉佛)로부터 듣고 암송한 경)>을 설하셨다. 그녀는 그 경을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한 성자가 되었다.
케마는 곧 남편인 빔비사라왕의 승낙을 얻어 출가하게 되었다. 이후 그녀가 비구니가 된 지 15일째 되는 날, 포살 중에 그녀 앞에 있는 램프의 불꽃이 어떻게 생기고 사라지는지를 주시했다. 그녀의 마음속에 예리한 깨달음이 생겼다. 불꽃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본성에 대한 통찰지(洞察智)를,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 즉 그녀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정신과 물질의 무더기(오온)에 기울이자, 그녀는 네 가지 분별지(分別智)와 육신통과 함께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이러한 케마 비구니의 삶과 수행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부처님은 승단의 최대 수호자이자 후원자인 빔비사라왕의 부인을 배려한 자비로운 방편 즉, 백골관(白骨觀)을 중심으로 한 위빠사나로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의 삼법인을 요달하도록 했다. 그녀의 완전한 깨달음이 단기간에 이뤄진 점을 볼 때, 평범한 재가자도 불법에 대한 지극한 믿음과 간절한 발심, 꾸준한 정진만 있다면 금생에 부처님과 같은 아라한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인 것이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8-02-25 오전 9: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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