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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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용(건국대 교수)
교육의 뿌리 흔드는 ‘정치’
‘3불’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선 주자마다 각각 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에 따라 성향분석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정책이라면 우리 국민 모두가 전문가 뺨칠만큼 자기 주장을 내세울 수 있고, 정치가라면 누구나 한가지씩 자신만의 교육 정책을 뽐내는 나라! 그 수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설치는 현상이 이제는 정치적인 무대 위에서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온 세월이 얼마인가? 그래서 우리의 교육정책은 그렇게 훌륭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인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몇 년을 못버티고 정신없이 바뀌는 교육정책에 갈피를 못잡는 현실은 왜 이리 반성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그나마 오래 버텨오던 ‘삼불’마저도 정치논리에 휩쓸리는 것은 보면서 이제는 교육정책에 기본 줄기마저 하나도 남지 않는구나 하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삼불’에 대한 찬반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정책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문제는 정치적인 시류를 타고 이렇게 성급히 교육정책은 근본이 흔들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교육은 결코 섣부른 시험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받는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은 언제나 일회성의 것이다. 그것을 함부로 다룬다는 것은 그들의 고귀한 권리를 시험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신중하고도 신중하게 다듬고 고쳐서 정말 좋은 제도를 만들어나가려는 자세는 어디로 사라지고, 하루 아침에 뜯어 고쳤다가 “안되면 말고!”하는 식으로 한 세대를 시험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된다.
신중하게 애써 만든 교육제도라면 무에 그리 몹쓸 제도가 있겠는가? 만들 때 신중해야 고치는 자세가 무겁게 된다. 근본을 지켜 나가면서 조심스럽게 보완해 가면서 괜찮은 교육제도 하나 정착시키는데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드는데 신중하지 못하니 고치는데도 경솔하고, 그래서 또 몇 년을 못가 근본을 뜯어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러한 혼란에 휩싸여 희생당한 세대들에게 무엇으로 속죄를 할 것인가? ‘삼불’을 이야기하기 전에 교육제도의 근간은 30년 안에는 절대 고치지 않는다는 입법을 먼저 하고 나면 함부로 만들거나 고치자는 소리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요, 신중하게 세워진 정책이나 제도가 한 30년 다듬어지다 보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교육제도를 지닌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표를 얻고자 하니 급조된 교육정책이라도 하나 들고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교육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들. 이 모든 집단들이 함께 우리의 교육 정책을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집단들이 함께 반성하고 올바른 제자리를 찾지 않는 한 이러한 파행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정책 가운데 비교적 오래 지속되어 온 ‘삼불’이 문제된 이 시점에 근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선정적으로 표심에 호소하는 방식을 중지하자. 국민들도 자신의 자식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깔린 섣부른 전문가 행세를 그만두고, 교육정책이 정치적 색채에 물들어 쉽게 논의되는 것을 경계하는 공심으로 돌아가 보자. 정말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에 부합하게 신중하고도 사려깊게 교육정책을 생각하는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귀하디 귀한 다음 세대, 그리고 또 다음 세대들이 섣부른 교육정책에 끊임없이 시험용 동물처럼 희생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서 ‘삼불’이 아니라 교육정책만은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없다는 ‘일불’을 주장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2008-02-19 오후 9: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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