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사유로 생명·평화 그려내
1941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한 김지하는 4.19혁명 참여 및 남북학생회담 남측대표, 담시 ‘오적’으로 투옥,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오랜 감옥생활을 한 기구한 운명의 시인이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9년 <시인>지로 등단하였다.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 특별상, 세계시인대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트라스키 인권상 등 국제적인 상과 만해대상 평화상을 받았다. 만해문학상 등 국내의 많은 문학상도 수상하였다.
동양 전통의 세계관적 사유와 영성적 통찰로 생명과 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최근 “불교에 기대한다. 온 인류가 불교에 기대한다. 지구, 우주, 전 중생계가 불교에 기대한다.”(<불교문예> 2007 봄)며 불교에 인류의 미래를 맡기는 시인이다. 불교가 우주적 보편성을 가진 진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현존 의식을 다음과 같이 시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단군기원
사천삼백삼십칠 년
정월
우수 뒷날
내 마음을 마주해 앉자
세 가지가 떠오른다
모심
침묵
한 허름한 현실주의.
- ‘세 가지’ 전문
시인이 예순 네 살의 정월 우수 뒷날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본 결과 모심과 침묵, 그리고 허름한 현실주의가 자신의 정체라는 것이다. 모심은 동학에서 나온 것이고 침묵은 불교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내 사상의 망막은 불교이며 그 눈동자는 동학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도피안을 보는 방식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