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26호인 석가탑 출토유물을 종단으로 돌려 달라는 조계종과 난색을 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은 3월 26일 불교중앙박물관 개관에 맞춰 열리는 전시회에서 석가탑 출토 유물 일체를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시 3일전인 23일 현재까지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물을 제외한 출토유물은 반환하겠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이 전달 됐으나 조계종은 ‘일괄반환’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줄다리기는 상당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조계종의 입장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이 근본부터 다르다는 점을 짚어 봐야 한다. 조계종은 석가탑 출토유물의 원래 소유주는 조계종이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위탁 보관 했던 것임을 내세운다. 이제 불교중앙박물관도 문을 열게 되었으니 돌려달라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생각은 다르다. 조계종 소유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크게는 국민의 문화유산이고 보존 시설이나 안전성 면에서 더 안심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연구와 보존을 이유로 조계종으로 돌려주는 것을 꺼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논리에 수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국가 기관에 위탁 보관되어 온 문화재는 소유주가 희망할 경우 소유주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처사가 왜곡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조계종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점이기도 한다.
불교중앙박물관의 보존처리나 학예 시스템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불교문화재는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도 있다. 연구 대상으로서의 유물로만 본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종교성을 두고 볼 때는 조계종의 입장이 흐려져선 안 될 것이다.
입장차이라는 것은 양쪽이 다 양보심을 발휘하면 더 좋겠지만 어느 한쪽이 자세를 낮출 때 극복된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먼저 자세를 낮추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물을 포함한 출토유물 일체를 조계종에 반환하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게하고 다시 수탁하여 연구 활동을 하는 방향을 잡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칙적으로 조계종으로 반환한 것이 되고 보존과 연구 활동도 할 수 있으므로 양측이 다 목적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차제에 조계종도 집안을 보다 확실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의 역할과 가치를 십분 살려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불교문화유산들을 수장하고 전시 하는 것이 불교중앙박물관의 근본적인 역할이다. 박물관은 수장과 보존처리 전시기획 등 상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들이 뒷받침 되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려하는 이 분야에 대한 조계종의 대책이 보다 명쾌하게 나온다면 앞으로 ‘반환’을 둘러싼 갈등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