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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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영산대 교수)
‘정교분리’와 대선주자들

금년에 치룰 17대 대선에는 시장 재직 당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종교적 편향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인사가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로 나서고 있다. 또한 특정 종교의 성직자 한 분은 시민정치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정치세력의 대표로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불교, 유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의 주요 종교들이 치열한 세력경쟁을 보이면서도 한민족 특유의 상생과 조화의 정신 속에서 지켜온 절묘한 종교간 균형과 평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치는 권력, 부, 명예 등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문제를 다룬다. 가치가 공평하게 분배되기 위해서는 가치배분에 있어서 특정 집단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자기 종교를 최상의 것으로 믿는 종교집단 중에서 특정한 종교를 정치가 지원하게 되면 그 사회의 평화는 지켜지기 어렵다. 그래서 현대 국가는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는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현대 국가가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의 중요한 요소로서 종교적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개인의 종교 활동은 종교의 자유에 속하지만 공직자로서 특정종교 편향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명백하게 종교와 정치의 분리 정신에 위배되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선교 또는 포교의 자유와 같은 적극적 자유와 함께 무신앙의 자유, 다른 종교에 의해 강제 받지 않을 자유와 같은 소극적 자유도 포함하고 있다. 근대 국가의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는 인류 역사의 경험과 인권 사상의 발전에서 정립된 것이다. 인류 역사는 종교가 정치를 지배할 때도 반대로 정치가 종교를 지배할 때도 인류의 불행을 경험하였다. 서양은 종교가 정치 위에 군림하던 중세 1000년의 암흑시대를 경험하였으며 정치세력화한 종교 간의 투쟁으로 유럽을 황폐화시켰던 30년간의 종교전쟁을 치루고 나서 근대 민족국가를 탄생시켰다. 또한 정치가 사상과 종교를 지배하던 파시스트 사회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폭력과 인권침해가 공공연히 자행되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적으로 정치와 종교와의 관계가 가장 이상적인 때는 인도의 아소카 대왕의 치세였다. 당시 왕은 불교를 신봉하고 그 이념을 국가정책의 기본으로 삼았지만 종교적 관용을 지침으로 삼아 다른 모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존중하였다. 전통시대에 중국에서도 주자학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시기에 따라 유교, 또는 불교가 지배적인 국가이념이 되었어도 종교적 관용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주자학이 지배한 조선조에서 불교는 500년 동안 멸시와 억압을 받았다. 오늘날에도 정교분리원칙이 깨지고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종교가 정치를 장악할 경우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종교는 바로 불교일 것이다.
인간 영혼의 구제를 담당하는 종교의 영역과 권력을 배경으로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배분하는 정치의 영역은 서로 다른 것이며 두 영역이 공적 영역에서 분리되어 각 부분이 자신의 몫을 다할 때 건전한 사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사회, 다종교 다문화 사회를 특징으로 하는 21세기에서 사상과 신앙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원칙을 지키는 일은 종교 간의 평화를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일이며 다종교 사회에서 모든 종교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2008-02-19 오후 4: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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