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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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서)
그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어느 스님이 이렇게 물었죠. “모르는 어린애들은 업보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요. “어린애가 세 살 네 살인데 어떻게 업보가 있겠습니까?” 그러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했어요. 모르고 짓는 거는 모르고 받게 마련이고, 알고 짓는 거는 알고 받게 마련이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지, 끼리끼리 모이니까. 지금 현 세상을 잘 보시면 아시듯이, 무쇠전에 무쇠가 모이고, 아니 쌀전에 가보면 죄 알겠군요. 팥은 팥대로 콩은 콩대로 쌀은 쌀대로 놨죠. 그렇듯이 인간의 마음 씀씀이에 의해서 잘 쓰면 잘 쓰는 대로 잘 쓰는 사람끼리 모이고, 못 쓰면 못 쓰는 대로 그런 사람끼리 모여.
그런데 마음을 잘 쓰고 못 쓰는 건 무슨 영향을 받느냐? 아까도 얘기했지만 마음을 잘못 쓰면 행도 잘못 나가고 말도 잘못 나가. 신경질을 부리고 말이야. 안되고 걸리니까 신경질을 부릴 수밖에. 조건이 걸리지 않는데 왜 신경질이 납니까? 만사가 신경질을 낼 일이 하나도 없는데,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 질서대로 그냥 순응해서 무난히 흐르고 있는데. 그 법칙을 따라서 닥쳐오는 대로 놓고, 닥치는 대로 순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걸릴 게 뭐 있겠습니까? 부자로 만들어놓고 죽은들, 가난한 집안을 두고 죽은들, 그런 걸 염두에 두지 말라 이겁니다. 엽전 한 푼 가지고 있어도, 내 몸뚱이를 이렇게 지니고 있어도, 내 몸뚱이 끌고 갈 수도 없고 엽전 한 푼 끌고 갈 수도 없고, 또 자식들이 근중하다 하지만 자식들이나 부부지간에도 같이 갈 수 없습니다. 여러분 각자가 알아야 자식도 가족도 조상도 다 서로 가고 옴이 없이 에너지를 서로 나누어서 공생(共生)할 수가 있고 공용(共用)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거는 무심하고 그게 아니라고 우기고, 안 된다고 우기고 그렇습니다. 부처님 법이 따로 없다는 그 뜻은, 모든 것에 구애받지 말고 정상적으로 우리가 배우고 그러는데 그것을 어디서 하는가? 한자리에서 한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한자리에 모든 것을 놓고 마음을 잘 쓴다면 그게 뭔 걱정이 있습니까? 응? 무쇠도 녹을 겁니다, 아마. 스스로 봄이 와서, 스스로 물은 녹아서 청청하고, 아니 날은 밝아서 휘영청하니 꽃은 피고 얼마나 좋습니까? 열매 열리고.
모든 생명들은 자기가 지은 대로 소임을 맡아서 살고들 있습니다. 우리가 땅을 딛고 다니는 이 땅도, 흙도 살아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렇게 은혜를 받으면서도 고마운 줄을 몰라서는 안 되죠. 그러니 모든 걸 깔볼 필요가 없고 깔봐서도 안 되고 자만심을 가져도 안 되고 건방져도 안 되고, 겸손하고 마음은 꿋꿋하게 주인공을 세우면서도 거죽으로나 행으로나 말로나 어디로든 겸손하고 건방지지 말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래야만이 모든 만물만생을 통솔할 수 있는 그런 대인이 될 수 있으며 하나도 버리지 말아야, 하나도 버리지 않는 까닭에 하나도 없으므로 모든 걸 통솔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나 떼놓으면 무얼 통솔할 수가 있습니까? 여러분이 급해서 한마음을 낼 때는 만 명도 내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내 마음의 뜻을 알고서 그대로 행할 수 있는 만 명, 한 명의 한생각에 만 명이 될 수도 있고, 십만 명이 될 수도 있고, 오십만 명이 될 수도 있고, 오천만 명이 될 수도 있고, 이 세상 다 내 마음이 될 수 있고 같이 돌아가기 때문에 급한 일에도 걱정이 없다 이겁니다.
여러분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부처님이 가르쳐준 뜻이지 개별적인 어떠한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게 듣지 마십시오. 이 세상에 인간으로 나왔으면 배고플 땐 그냥 집어먹어야지, 절차를 따져서 누구 누구 누구 이럭하다 보면 다 없어지니, 닥치는 대로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기르시라고 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내가 경(經)이나 뭐를 보지 말고 의례 의식을 지키지 말고 계율(戒律)을 지키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자기 분수에 맞게, 그래서 이런 말도 했죠. 시주할 돈이 없는데 빚을 내다가 할 필요는 없다 이겁니다. 그게 자기 분수를 지키는 겁니다. 자기 분수를 지켜야 돼. 무슨 일이든지,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분수를 지켜서 해라 이겁니다. 세상법에 의해서 모든 이치가 그렇습니다.
마음은 쓰지 않고 그저 ‘이거 이럭하면 된다더라’ 하고 남의 말 생각하듯, 남의 말을 듣듯 하지 말고 들어서 약이 될 것도 놓고 들어서 약이 안 될 것도 다 놔. 그러면 저절로 자동적으로 체질이 돼서 나쁜 거는 흘러나가고 좋은 거는 거기서 생산이 돼서 나와. 금을 캐면 금만 일렁일렁해서 나오고 흙은 다 밑으로 빠져서 물로 들어가 다 소화를 시키듯이, 우리 밥 먹으면 대변으로 소화가 되듯이, 그리고 영양분은 다 몸으로 오장육부에서 인체로 돌아가듯이. 이것이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진리입니다.
그때에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면 후세 오백 년 후나 천 년 후나 부처님을 찾는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얼른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이 부처님 법이기 때문에 그대로 지금 배우는 이때나 부처님이 계신 때나, 오백 년 후나 삼천 년 후나 마찬가집니다. 부처님의 뜻을 한 번 읽고 그것을 그대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은 그대로 보살이죠.
모든 것을 우리가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하고 이럴 때에 여러분은, 어떤 때는 “나는 꿈을 이렇게 꿨는데….” 그것도 공부거든. 생시도 꿈이요, 꿈도 꿈이야. 꿈도 생시고 생시도 꿈이야. 이걸 까뒤집어서 보여드릴 수도 없고 말입니다. 미래에 가서 보면 미래에 가본 대로 한 찰나입니다, 그게. 그렇게 되게 해놓고선 그거를 자기가 해놓고 자기가 보고 ‘아, 이렇게 돼야겠군.’ 그렇게 하는 겁니다, 부처님 법에는. 그러나 중생들은 미래에 가보면 그 세계에서 그렇게 보고 있죠. 한 찰나예요. 꿈과 같은 거죠. 이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거기 때문에 보고 듣는 건 초보적인 문제예요.
여러분이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로 걷고 있나를 잘 알면서도 말 못하는 거죠. 또 그것을 여러분 앞에 가르쳐주려니까, 생각을 잘하라 이겁니다. 과거의 모든 업을 녹여버리는 것도 현재의 생각이고, 미래를 가져오는 것도 현재의 생각이다. 네가 지금 사는 거 보면 과거에 어떻게 했다는 걸 알 수 있고, 지금 어떻게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미래에 어떻게 올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다는 얘깁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만히 볼 때 과거로부터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볼 때에 미래는 틀림없이 알게 됩니다. 하고 있는 걸 볼 때 잘하든 못하든 말입니다, 올 겁니다. 그러니 살아서는 살아서 대로의 과거 미래가 있고, 죽으면 죽는 대로의 과거 미래가 있습니다, 현실이 있고.
그래서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여러분한테 주인공을 꼭 믿어라! 진짜로 믿는다면 ‘당신, 나 이런 것 좀 해주시오.’ 이러지 않아도 내가 잘못되고 잘된 거는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주인공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뭐 부탁할 것도 없고, ‘당신밖엔 못하겠군.’ 혼잣말이야, 뜻으로 말하는 거지.
병도 마음으로부터 일어나고 가난도 마음으로부터 오는 거야. 괴로움도 마음으로부터 일어나고 지옥도 마음으로부터 일어나.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거듭 거쳐 오면서 수만 가지의 날짐승이나 들짐승이나, 또는 물에서 사는 짐승들이나 저 땅속에서 사는 애벌레들이나, 딱정벌레, 무당벌레 이런 것들이 다 주고 먹고, 주고 먹고 이렇게 합니다. 자연계의 질서란 너무도 팽팽하게 질서정연합니다. 여러분도 독 안에 들어도 못 면하게 질서정연하게 자기가 한 대로 받고 있지 않습니까? 누구한테다 전장(傳掌)할 길이 없어요, 서로가. 그러니깐 자기한테서 만들었으니 자기한테서 그것을 녹이고, 자기한테서 해결을 해야 되는 거예요.
만약에 콩씨가 콩싹으로 됐는데, 그 콩씨를 찾아가지고 보이는 물질적인 콩씨가 아닌 콩씨가 된다면, 그 콩씨 하나에서 보이지 않는 콩씨의 마음이 우주 전체를 구르고도 남아. 이렇게 광대무변한 것이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오늘부터 마음을 대견스럽고 지혜롭게 잘 쓰십시오. 부모가 몸뚱이의 부모만 되지 말고, 뿌리의 부모도 돼서 그 뿌리 있기 이전을 발견함으로써 부처님의 뜻과, 하다못해 무당벌레도 내 말을 듣게끔 해야 됩니다. 내 말을 듣는 게 아니라 그와 둘이 아닐 때 무당벌레를 쓸 수도, 급할 때는 무당벌레도 쓸 수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진딧물을 다 먹기 때문이죠. 그럼 진딧물을 죽여서 되겠느냐? 둥글지 않지 않느냐. 진딧물은 무당벌레와 둘이 아니게 만들면 되고, 또 무당벌레와 나와 둘이 아닌 까닭에 같이 돌아가기 때문에 또한 죽이고 살리고가 없단 얘깁니다.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한 행을 하기 때문에 서로가 공용(共用)하고 공식(共食)하는 거죠.
여러분에게 그 뜻을 알게 하기 위해서, 또 스님네들이 가르치고 경전에도 있고 그렇지마는, 현실에서 말씀해드리는 것이 경전에도 같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또 한마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주인공을 타파 못하면 경을 보되 자꾸 글씨를 보고 이론으로 따져. 그러니 저승에 가긴 틀렸죠. 허허.
그래서 모든 것을 보되, 내공을 타파해야만이 나중에 경을 봐도 그게 거름이 된다는 얘깁니다, 전부. 보더라도 그 자리에서 보는 거지. 그 자리에는 한 자리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만 개의 생산처가 생각나는 대로 돌아간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제발 진실로 믿고, 가정의 괴로움을 덜고, 내 마음의 괴로움을 덜고, 자식들의 업보나 괴로움을 덜어서 좀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여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질문하세요.

질문자1(남): 감사합니다. 제가 이 앞전에 겪었던 일을 스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눈에서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렀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지장보살을 세 번 염했는데 하도 가슴이 답답해서 친척집에 전화를 거니까 그 친척이 돌아가셨답니다. 그 후로도 그런 일이 수차례 일어났습니다. 그런 거는 어떻게 마음을 가지면 되겠습니까? 좋은 법문 부탁드립니다.
스님: 그 마음을 가지나마나 그분의 육체는 없어지고 사대(四大)로 흩어지겠죠? 그리고 처사가 마음으로 그렇게 착하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처사 마음하고 그 마음이 결부가 돼서 그것이 녹아버리는 거야. 둘이 아니게 녹아버리는 까닭에 눈물이 흐르는 거거든. 그것이 봄이 오는 격이나 마찬가지예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그냥 그냥 녹아. 고드름이 녹아서 물 떨어지듯이, 눈물이 그렇게 녹아서 떨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그분은 그대로 천도라.
여러분은 주저하면 주저하는 대로 한 발도 떼어놓지 못해. 주저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대신에 부탁할 것은, 겸손하세요! 알면 안다고 건방지지 말고.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드문드문 발을 떼어놔요. 아는 사람은 남들이 안다고 법석을 해도 모르는 척하고 옆에서 구경만 하는 그런 태도, 겸손함을 가집니다. 정히 내 앞에 닥쳤을 때, 말 한마디 해줄 수는 있지만 말 한마디로 떨어져서도 아니 됩니다. 그건 자연 법칙에 의해서 법에 접촉이 돼야 돼. 즉 말과 뜻과 행이 그대로 그 사람한테 에너지가 되어 가야 돼. 말로만 가서 안 되고, 에너지와 말이 같이 가야 돼. 이것이 “네가 말 한마디 하더라도 법에 접촉이 돼서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해라.” 하는 부처님 말씀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말을 한마디 누구한테 해줄 때 말 한마디가 법이 돼야 돼.
어떤 때는 여러분이 찾아와서 꼭 말로 대답을 해달라고 합니다. 대답을 해줘서 되는 게 아닙니다. 난 듣기만 하면 됩니다. 건방져서 그런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고 가면, 용건만 얘기하시고 자기한테 믿고 놓고, 믿으신다면 그게 백발백중이지마는, 여러분은 말뜻도 모르고 대답만 해달라고 애를 쓰니 그거는…. 그러니 여러분에게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마음 씀씀이에 달려 있어요. ‘아이구, 병원에서도 내버린 건데 이거 할 수 없어. 절에서 무얼 해? 그런데 남의 소릴 들으니깐 뭐 그냥 정성들이고 그러면 된다는데….’ 이렇게 그냥 흐지부지해 버리고 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죽든 살든 난 당신을 믿는다. 너무 늦어서 죽더라도 영혼을 건질 수 있는 그런 마음 태세를 갖는다면 죽든 살든 뭐 결판이 나지 않겠느냔 말이에요.
거기에 관한 얘기만이 아니라 모든 일체가 다 그래요. 어떠한 일이든지 용건을 얘기하고선 “마음 좀 내주십시오.” 아니, 마음 내달라고 하지도 말고 “도와주십시오.” (합장하시며) 하고 얘기하고 가면 그뿐이지 날더러 무슨 대답을 하랍니까? 저 부처님께서 대답하는 소리 들으셨습니까? 여러분이 말하고 여러분이 생각해서 대답했지. 해가 그냥 비춰줬지, 그래 해더러 지금 우리 방이 추워서 죽겠으니 햇빛 좀 이 방으로 들여보내서 뜨뜻하게 해달라고 이러고 대답해달라고 그러면 대답해 주겠습니까, 저 해가?
그래서 꿈을 꾸고도 그렇고, 스스로서 눈물이 나는 것도 그렇고, 스스로서 생각나는 것도 그렇고, 좋게만 생각을 하세요. 얼토당토않죠? 꿈은 얼토당토않게 꿨는데 얼토당토않게 좋게 생각을 해버렸단 말이야. 그렇게 됐다 이거야. 그러니까 이거는 어디다가 규정이 돼서 대놓은 게 없어요. 내가 생각해서 거기다 붙이면 돼. 아시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꿈을 이렇게 꿨대요. 아, 그냥 큰 거미줄에 얽힌 암흑 속에서 자기 아들이 둘둘 말려서 송두리째 들어가더라는 거야. 암흑 속으로, 꿈에. 그러니까 이 노인네가 어떻게 생각을 했느냐 하면, ‘부처님이 계신데 암흑이 어딨고 밝음이 어딨나? 아이구, 승진하겠구나.’ 그랬는데 아들이 승진을 했대요. (대중 웃음) 하하하. 그러니 그게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한생각 그렇게 내주는 게 나도 고맙고, 그쪽도 고맙고 얼마나 좋습니까? 응?
세상의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다, 이성계처럼. 이성계가 다섯 가지의 꿈을 꿨는데 그걸 누가 못 쓰게 인도를 했다면 임금도 못 되고 아무것도 못 됐을 거예요. 무학 대사가 그만큼 휙 돌려서 얘길 해줬기 때문에 임금이 되고 길잡이가 될 수 있었죠. 여러분, 모든 거는 생각에 달렸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생각을 깊이 하고, 아주 기쁘게 생각을 하고, 사실은 기쁜 것도 없고 절망할 것도 없어요. 그냥 싱긋이 웃고 그저 묵묵히 걸어가는 자세로써 우리는 항상 즐겁게 봄이 온 듯이 삽시다.
나는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 이럴 뿐이지, 가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하라는 소리는 안 해요. 여러분이 그걸 아세요. 어떤 때는 뭘 하려다가도 세태로 보면 꼭 이게 될 거 같은데 마음에서는 그게 석연치 않아. 마음에서 석연치 않은 건 하지 마세요! 아무리 바깥으로 돌아볼 때 이익이 있을 만한 것 같아도 안에서 석연치 않으면 하지 마세요. 안에서 자신이 있을 때 탁 쥐어야 문제가 안되지, 남들은 그냥 잘된다고 하지만 안에서는 석연치 않거든. 그럴 때 잡으면 망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여러분 사는 데 고초가 좀 덜어질까 해서 이런 말도 하고 저런 말도 하는 겁니다.
참, 여러분이 그 도리를 아신다면 내 마음 속을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때로는 나 아닌 내가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고 그렇게도 뼈저리게 깊은 사연들이 많아서, 눈물 속에 피가 섞여서, 여러분과 같이 흘리는 그 눈물은 기가 막힙니다. 내가 말로만 이런다면 벼락을 맞게요? 허허. 정말입니다! (합장하시며)
간절히 여러분한테 말씀 한마디 해드릴 때 내가 어떤 때는 이렇게만 얘기합니다. “알았소.” “알았소.” 이러고선 돌아설 때, 그 알았다고 하는 말 한마디를 꼭 말로 ‘알았소’ 하고 대답을 해야 되느냐? 이거 참, 중노릇 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입이 써서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쓰면서도 싱긋이 웃으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흐를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그 대신에 근심하지 마시고, 죽을 때 죽고 살 때 살더라도 탁 놓을 수 있는, 믿고 놓을 수 있는 그 마음만 가지신다면 훨훨 날 겁니다, 아마. 걱정이 하나도 없어요.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습니까? 바람결같이 이 세상에 왔다가 바람결같이 가는 세상에.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짊어질 것도 아니니 무겁게 짊어지지 마세요. 가볍게 아주 탁탁 털어놓으세요. 마음에 무겁게 짊어지면 몸도 아주 무겁고 아프고 모든 절차가 전부, 인간이 살맛이 안 납니다. 탁탁 털어 놓으십시오. 주인공에 놓으라고 일러드렸는데도, 맡겨놓고 사시라고 간곡히 일러드렸는데도 그걸 놓지 못하고 무겁게 짊어지고 다니신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낸들 어떡합니까? 허허허.
2008-02-18 오전 10: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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