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가 ‘최고 대학’을 목표로 하는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취임한 오영교 총장이 숙고하여 마련한 ‘새 백년 동국을 위한 비전과 전략, 108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오 총장은 이미 취임과 함께 경영부총장과 학사부총장 제도를 시행하는 등 변화의 폭을 다지며 “내부 고객이 만족하고 외부 고객이 감동하는 월드 와이드 동국”을 강조해 왔다.
‘108 프로젝트’는 5개 분야 국내 최고, 3개 분야 세계최고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목표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108 가지의 과제로 정리된 것이 동국대학교 혁신의 골자인 셈이다. 발표된 내용들은 마치 기업의 생존경쟁을 보는 듯 긴장감을 자아내게 한다. 조계종 종립대학으로서 많은 구태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정체성 상실이라는 지적까지 받아 온 동국대고 보면, 오 총장의 혁신 의지는 ‘신선함’을 넘어 ‘살벌함’의 경지다.
그러나 지금은 살벌한 분위기에서라도 과감하고 획기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눈높이를 높이지 않으면 스스로 높아질 수 없는 것이 경쟁의 법칙이다. 때문에 세칭 일류대들은 이미 경쟁 상대를 해외의 명문들로 정하고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뛰고 있다. 교원 다면 평가제와 성과에 초점을 맞춘 연봉제, 단과대학의 분권형 자율시스템 도입, 행정조직 개편 등은 지금 동국대가 넘지 않으면 더 이상 변화를 모색할 기회조차 없을지 모르는 절박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소의 아픔을 감내하며 조정과 혁신을 하지 않고 발전을 말하는 것은 입 벌리고 앉아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우매함일 뿐이다.
‘108 프로젝트’는 동국대학의 발전을 위한 상세하고도 합리적인 로드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학교와 종단 구성원 모두가 한결같이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변화의 바람 앞에서 과거에 집착하는 분위기도 있고 국지적인 이익에 얽매여 전체의 흐름을 두려워하는 축도 없지 않은 듯 하다. 그간 꾸준히 발전 모드를 추구해 온 불교대학의 경우도 다소 혼란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인문학의 위기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 시점에 불교대학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독자적인 발전방안이 나와야 할 판에 학교 전체의 혁신 분위기에 ‘덮어쓰기’ 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종립대학이란 정체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시 한 번 살피고 챙길 필요가 있는 의견이겠지만, 전체의 변화와 혁신 코드를 흐트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운영의 묘가 찾아지길 바란다.
아무리 좋은 길도 가지 않으면 허사다. 가더라도 서로 화합과 협력으로 가지 않으면 끝없는 ‘샛길’이 만들어지고 종내는 모두가 미로를 헤매게 된다. 인간 번뇌를 상징하는 108이라는 숫자가 새로운 백년의 희망을 담은 숫자로 탈바꿈 한 것부터 학교와 종단 구성원 모두에게 화합과 협력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