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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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한국문인협회 상임이사)
거꾸로 가는 ‘상아탑’ 풍속도

문화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은 ‘문화가 뭐 별거냐’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구태여 무슨 문화, 무슨 문화 하며 문화라는 말을 자주 쓴다는 점에서 보자면 문화에 대해 무엇인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그 불편함은 말하자면 가볍고 천박한 짓거리이다.
세계는 날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은 계속되는데도 건강해야할 대학문화가 아직도 전근대적 모습으로 남아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요즘 우리 문화의 특징은 소위 가벼운 문화가 일방적으로 득세하고 있다. 주말 공영방송의 황금시간대는 개그프로가 자리잡은지 오래고 영화관람객은 연간 수천만명에 이르지만 골치아픈 인문학 서적은 겨우 몇백권도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요즈음 DVD를 빌려다 보면 두 유형으로 구분 된다. 하나는 이야기가 있고 예술적 체험이 스며있는 진지한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그저 자극적이고 재미있게만 만든 영화이다. 후자는 청소년들이 주 고객이다.
가벼운 문화에 길들여진 세대들은 영화를 본 후의 감동을 싫어한다. 말하자면 패스트푸드 음식을 선호하듯 자양분이 있는 영화를 기피한다. 복잡하고 따분하게 생각한다. 오로지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며 깊은 사색이 결여되어있다. 그렇다보니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없이 무엇이든 재미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로인한 사회적 역기능은 또다른 사회적 천박성과 문화적 불균형을 만들어 낸다.
“남자애들은 팬티차림이 됐고, 여자애들은 면티와 바지만 남겨놓고 외투 등을 모두 벗었어요. 결국 스포츠과학과 신입생들은 모두 거의 옷을 벗은 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도 옛 정문 앞 큰길에서. 쪽팔리고 싫지만 웃을 수밖에 없어요. 선배들 앞에서 인상쓰면 죽어요.”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말하겠지만 최근 모 대학 스포츠과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어서 놀라게 한다. 이 대학뿐만 아니라 서울의 몇몇 대학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마치 과거 신병훈련소에서나 있음직한 유격훈련식 진흙탕 얼차려와 단체로 엎드려뻗쳐를 했다고 한다. 부끄럽고 걱정스런 문화의 후진성을 엿본다.
예부터 판을 벌여 놀기를 좋아했던 우리의 고유한 심성을 이해못해서도 아니고 집단주의와 신바람이 바탕이 된 젊음의 치기 정도를 이해하지 못해서도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식사를 해도 여럿이 함께하며 차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회에 유독 신년회나 동창회, 뒷풀이 같은 모임이 많고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울리는 노래방이나 춤이 특별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도 아마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놀려면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계기를 필요로 하게 되고 이것이 대중심리와 집단의식으로 자칫 이성을 잃을수도 있다. 그 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폭력이 행사된다. 해마다 기업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입사 경쟁률이 높아지는데다 학교문화까지 잘못되고 있으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이즈음 입시만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가정에서부터 성숙한 사회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게 하는 교육 또한 절실하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라고 한다. 마음이 관념의 틀 정도라면 구성원들의 생각이 하나의 세계를 이끈다. 즉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세계는 상상력의 소산이다. 그래서 젊고 건강하고 창의적인 대학 문화는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그런점에서 최근 몇몇 대학에서 있었던 일련의 작태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2008-02-17 오후 3: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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