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나 상담심리학의 인간중심적 인간관에서 보자면 인간에게 심리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에서는 인간이란 누구나 깨달아 부처가 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의 소유자라 한다. 인간중심적 접근에서는 인간이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그 경향성에 실현하려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심리적 문제가 있고, 괴로움(苦)이 있어 심리치료나 상담을 하며, 불교적 가르침을 펴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우려 한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문제, 고통의 원인을 보는 시각은 상담심리학과 불교가 각각 다르며, 상담심리학 내에서도 각 조류별로 시각차가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개인의 성격이란 태어나서 생후 5년까지의 유아기의 여러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고 본다. 이 시기에 성적 에너지가 집중되는 부위의 이동에 따라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등을 거치면서 어떠한 성장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불안, 신경증 등의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느냐, 아니면 진정 사랑할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잘 적응하는 개인이 되느냐’가 결정된다고 본다.
행동주의에서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학습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학습한 탓에 문제가 생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비합리적 신념이나 왜곡된 사고 때문에 심리적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외부의 조건 때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정서적 혼란을 일으키는 여건을 만든다. 정서적 혼란을 가져오는 신념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 신념에 따라 스스로를 정서적으로 혼란하게 만드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적 접근에서는 자아 구조와 유기체의 경험 간의 불일치 때문에 부적응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와 반대로 자아와 유기체의 경험 간에 일치성이 있으면 잘 적응하는 상태가 되며, 이런 상태에서는 모든 경험에 개방적으로 되고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문제를 심리적인 측면에 국한해서 다루지 않는다. 인간으로 태어난 자체가 문제요, 인생이란 곧 괴로움[苦]이라고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윤회 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회하는 이 세상을 돌고 도는 동안에는 누구나 괴로울 수밖에 없다.
삼법인(三法印)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무상한 존재며, 실체적인 ‘나’가 없다. 무상하므로 괴롭고, 실체적인 ‘나’가 없는데도 ‘나’를 찾으려 하고 ‘나’란 허상을 만들어 집착하니 괴롭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요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니, 모든 것이 괴로움인 것이다[一切皆苦].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