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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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부처님을 파는 도둑들
옛날 어떤 사냥꾼이 살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냥을 하니 짐승들도 그를 두려워하고 경계하여 눈앞에서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사냥을 나가도 짐승을 잡지 못하게 되자 사냥꾼은 꾀를 내었다. 사냥꾼은 스님처럼 옷을 입고 소매가 넓고 긴 장삼 속에 활을 감추고 사냥터로 나갔다. 노루와 사슴들은 자비로운 스님인줄 알고 아무런 의심 없이 사냥꾼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사냥꾼은 장삼 속에 감추어 둔 화살을 꺼내 짐승들을 쏘아 죽였다. 이렇게 선하고 어진 스님으로 둔갑하여 짐승을 잡았던 사냥꾼처럼 부처님을 팔아 잇속을 챙기는 도둑들이 있다. <선가귀감> 61장에서 말한다.

佛云 云何賊人 假我衣服 裨販如來 造種種業.
부처님께서 “어떻게 교활한 도둑놈들이 거짓으로 내 옷을 입고 여래(如來)를 팔아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느냐?”라고 말씀하셨다.
말세에는 간악한 사람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하여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부처님의 제자들이 입는 가사와 장삼을 입고 스님인 척하는 경우가 많다. 스님이라면 그래도 세상 사람보다 욕심이 적고 도(道)를 닦는 분이라고 남들이 믿어주는 까닭에, 그것을 미끼로 부처님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재물을 모으려는 속셈이다. 근래에는 스님의 탈을 쓰고 신심이 돈독한 신도님들을 속이고 협잡을 일삼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조심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런 사기협잡꾼은 그만 두고라도 말세에는 여러 형태의 ‘가짜중’들이 많이 나타난다. 서산 스님은 말한다.

末法比丘 有多般名字 或鳥鼠僧 或啞羊僧 或禿居士 或地獄滓 或袈裟賊. 噫 其所以以此.
말세에는 행실이 나쁜 비구 스님에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이름이 붙는다. ‘박쥐중’ ‘벙어리 스님’ ‘독거사’ ‘지옥찌꺼기’ ‘가사 입은 도둑’과 같은 이름들이다. 아! 이렇게 안 좋은 이름으로 세상 사람이 말하는 까닭은 여래를 팔아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말세(末世)’는 부처님도 안 계시고 부처님의 법도 세간에서 사라지므로 참불법을 만나기도 어렵고 배우기도 어려운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양질호피(羊質虎皮)’와 같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부처님의 제자인척 하여, 공부는 않고 세상의 잇속만 좇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절에 가면 스님인척 하고 세속에 나가면 속인인척 하여 스님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면서, 세상의 잇속을 찾아 때로는 스님 노릇도 하고 때로는 속인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를 일러 ‘박쥐중[조서승(鳥鼠僧)]’이라고 한다. <불장경(佛藏經)>에서 이르기를 “박쥐는 새를 잡으려고 할 적에는 땅속에 들어가 쥐가 되고, 쥐를 잡으려고 할 적에는 공중에 날아가 새가 된다. 그러나 실로 새 축에도 낄 수 없으니 그 몸에서는 냄새가 나고 늘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사리불이여! 계행을 깨뜨린 비구도 그와 같아서 올바른 스님 축에도 못 들고 세상사람 축에도 끼지 못하는 중도 속인도 아닌 것을 ‘박쥐중’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출가하여 도를 닦는 척하고 법을 아는 척하다가도 설법을 하라면 혀가 굳어 말문이 막히는 스님이 있다. 그리하여 참선을 하는 사람은 강사가 아니라서 경전을 모른다고 하고, 경을 보는 사람은 마음을 닦아보지 않아서 참선을 모른다고 한다. 근본을 알고 있어도 겸손한 뜻으로 그런 말을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수십 년 공부한 수행자들이 정말 부처님의 법을 몰라 말문이 막힌다면 기가 막힌 일이다. <대지론>에서 이르기를 “파계승은 아닌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몰라 지혜가 없으므로 좋고 나쁜 것을 구별 못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모른다. 옆에서 사람이 죽었더라도 마치 벙어리 염소처럼 소리 칠 줄 모르는 사람과 같으니 이를 일러 ‘벙어리 염소중[아양승(啞羊僧)]’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은 것은 스님 모습인데 마음은 항상 ‘어떻게 해야 돈을 벌어 세상에 나가 장가를 들어 살까?’ 하는 생각뿐이니 이를 일러 ‘머리 깎은 거사’라고 한다. 올바르지 못한 여러 스님들의 행태에 대해서 서산 스님은 말한다.

裨販如來者 撥因果排罪福 沸騰身口 迭起愛憎 可謂愍也. 避僧避俗曰 鳥鼠 舌不說法曰 啞羊 僧形俗心曰 禿居士 罪重不遷曰 地獄滓 賣佛營生曰 被袈裟賊 以被架裟賊 證此多名.
여래를 판다는 것은 부처님의 제자인 척 하면서도, ‘인과를 믿지 않아 뒷날 받게 되는 과보인 죄나 복이라는 것은 없다’ 하여, 몸뚱이와 말로 물 끓듯 업을 지어 쉴 새 없이 애증(愛憎)을 일으키는 것이니 참으로 가엾고 안타까운 일이다. 제 잇속을 찾아 주변상황에 따라서 낮에는 스님의 복장으로 있다가 밤에는 속인의 복장으로 바꿔 입고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을 ‘박쥐중’이라고 한다. 스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조금도 없으므로, 살아 있는 세치 혀가 있는데도 불법(佛法)을 간단명료하게 설파할 줄 모르는 사람을 ‘벙어리 스님’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스님의 형상으로 생활하지만 속으로는 세상 사람처럼 탐욕스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머리 깎은 거사’라고 하여 ‘독거사(禿居士)’라고 한다. 스님의 탈을 쓰고 있지만 지은 죄가 하도 나쁘고 죄질이 무거워서 지옥에서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사람을 ‘지옥 찌꺼기’라고 한다. 스님의 가사와 장삼을 입고 부처님의 제자인양 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여 살아가는 사람을 ‘가사 입은 도둑’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가사를 입고 도둑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와 같은 많은 이름을 드러내게 된 것이니,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신 바짝 차려 조심해야 할 일들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라면 모름지기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부처님의 법대로 사는 수순행(隨順行)을 함으로써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기뻐야만 한다. 세상의 잇속을 버림으로써 번잡한 일을 없애고 시끄러운 곳을 떠나 늘 고요한 곳에 머물러서 공부해야 한다. 언제나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여 욕심이 없는 순결한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남이 실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삶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두타행(頭陀行)’을 실천해야 한다. 작은 죄라도 두려움을 내고 부끄러워하며 그 허물을 뉘우칠 수 있는 깨끗한 삶으로서 ‘청정행(淸淨行)’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해나가는 공부만이 깨달음을 가져오는 지름길이다.
■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
2008-02-17 오후 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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