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에 원명스님이 추천됐다. 불보(佛寶)사찰인 통도사에는 불지종가(佛之宗家)라는 오랜 긍지가 있다. 그런데 2003년 월하 스님의 원적 이후 방장실이 비어 있었고 주지 선출 문제를 놓고도 긴 시간 갈등을 보여 왔다.
‘종가집이 불편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경남 지역의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인식도 있었다. 실제 포교 현장에서는 “통도사가 안정되지 않고 지역에서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불교세도 위협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통도사가 그간 총림과 교구본사로서의 역할을 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방장과 주지직을 둘러싼 다소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당면 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안정적이지 못한 현실은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산중의 공의를 모아 방장 스님을 추대한 것은 더 큰 걸음을 걷는 도약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불자들의 바람이다.
이제 산중총회를 통해 그동안 의견을 달리했던 양상을 일소시키고 뜻을 모아 방장 후보를 추대한 만큼 종갓집의 향후 역할에도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통도사는 금강계단을 모신 도량이다. 이는 수행과 청정한 가풍 수호의 상징이기도 하다.
해마다 개산대재를 성대히 봉행해 경남과 부산지역은 무론 전국 불자들의 불심을 고취시켜 온 것은 통도사의 큰 자랑이다. 성보박물관이 마련하는 높은 안목의 기획전과 각종 행사로 불교전통문화 보존의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부산과 서울 등지에 설립된 여러 포교당들은 종갓집의 가풍을 근간으로 전법교화의 일선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이번 통도사의 방장 유고를 지켜 본 불자들은 한결같이 ‘승가의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을 것이다. 한국 불교의 신행형태는 승가와 재가의 조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승가만의 불교도 아니고 재가만의 불교도 아니다. 사부대중이 흐트러지지 않은 마음으로 수행과 전법에 매진할 때 한국불교는 제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재가의 공경을 받는 승가의 화합과 모범은 승가의 절대적인 위의를 형성하는 힘이기도 하다.
1994년 조계종의 개혁불사 이후 98년과 99년으로 이어졌던 ‘종단사태’의 경우도 승가의 화합이 깨지면 불교계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임을 잘 보여준 교훈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지금까지도 승가의 갈등구조는 해소되지 않은 채 종단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래서 재가불자들이 ‘청정교단’을 요구하기도 하고 승가 자체에서 반성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하는 현실이다. 분란은 멸망의 지름길이고 화합은 발전번영의 밑거름이다. 사부대중의 화합을 이끌어 가는 원로들의 ‘무게’가 필요한 이때 영축총림의 방장 추대는 적지 않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