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후진국’ 면하려면
우리 나라 국민총생산(GNP)이 지난 20여년간 무려 10배나 높아졌다.
골드먼 삭스 보고서는 2050년에는 한국인의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1천 달러에 이르러 미국의 뒤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성장 잠재력은 세계최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통계가 우리의 주목을 끈다. 지구촌 ‘행복지수’에서 우리 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수년간 세계 100위권 이내조차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는 눈만 뜨면 스스로도 입이 벌어질 만큼 부자가 되어 가는데, 정작 국민들은 별로 행복하지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은 여러 가지 원인에서 오겠지만 정작 우리가 느끼는 행, 불행은 모두 심리적 현상이라는데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쳐 말하자면 행복지수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마음이 핵심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불교왕국 부탄이 곧 그곳이다. 부탄은 국민소득이 고작 1천달러도 채 넘지 않는 후진국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세계 최고의 행복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을 가리켜 ‘행복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란 표현을 쓴바 있다. 그들은 나라발전의 척도를 경제성장에 두지 않고 이른바 국민총행복(GNH)의 성장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탄보다 훨씬 잘 사는(?) 우리는 왜 행복해 하지 못하며 어떻게 해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여기에서 필자는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생활 속’의 버릇 고치기’ 세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욕심 줄여 만족하기다.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는 지금 넘쳐나는 풍요로움과 편의를 누리며 산다. 그런데도 욕심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만족할 줄 모르면 억만장자라도 부유할 수 없다.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특히 돈이 제일이라는 생각에서 이제는 좀 벗어나야 한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귀중한 것이 얼마든지 많다. 영국의 파이넨셜 타임스는 최근 워릭대학교의 경제학자 앤드루 오스왈드교수가 유럽 16개국 1천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제성장 즉 돈보다는 정신건강과 혈압이 행복의 척도와 상관관계가 더 깊다는 결론을 얻어냈다고 발표했다. 욕심을 줄이면 돈보다 더 소중한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 더 좋아진다는 말씀.
둘째, 증오심 내려놓고 감사하기다.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싫어하는 마음으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뿐더러 자칫 병을 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평소 잘해주던 상대가 한가지만 서운하게 해도 등을 돌리는 심보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우리 주위에는 잘 찾아보면 감사할 것이 너무도 많다. 감사하고 용서하며 미소 짓기에도 우리 인생은 너무나 짧고 너무나 소중하다. 증오하는 마음이 깊으면 깊을수록 불행지수만 높아질 따름이다.
셋째, 더불어 생각하며 나누기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시작’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속내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인 것 같다.
더불어 공유하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나와 내 가족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행복해질 수 없고 따라서 나 자신도 행복해 질 수 없는 법. 가족간 이웃간 지역간 갈등, 빈부격차를 비롯한 공동체의 여러 문제들을 극복하려면 ‘더불어 생각하며 나누기’를 구체화하는 것만이 해법일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이 위의 세 가지만 꾸준히 고쳐나가더라도 우리는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행복지수 세계 100위권 진입은 물론 10위권 진입도 가능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