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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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을 찾아서-효산 스님 (효산선원 선원장)
“심는 씨앗에 따라 열매가 달라진다”

봄이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봄꽃이 망울을 터트린다. 봄이 되면 절로 피어나는 듯 보이는 꽃도 겨우내 봄을 맞을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절인연을 기다려 꽃을 피우는 봄꽃처럼 우리 마음의 봄맞이도 내 마음의 밭을 갈고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이리라. 산하에 봄은 왔는데, 우리는 아직도 봄을 찾아 온 천지를 헤맨다. 내 안의 보배를 등지고 바깥으로 돌고 돌며 헤매일 때, 우리 마음의 봄소식을 전해줄 스승을 만나는 일은 봄비보다 반갑다.
여념집 담장 너머로 봄매화가 꽃눈을 틔우던 2월 말, 효산 스님을 만나 뵈었다. 세 번이나 종정을 역임한 고암 스님의 제자인 효산 스님은 평생의 선방 수행을 회향하며 부산 연지동의 한신아파트 502호를 선원으로 꾸며 효산선원을 열고 참선을 지도중이다. 스님은 해인사, 범어사, 통도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 끝에 얻은 깨달음의 세계를 정리해 ‘효산선원 수행지침서’를 펴내 법보시를 하고 있기도 하다.
“열 세살에 절에 들어왔는데 그 당시는 경전의 내용과 스님들이 하는 것이 달라서 이상스러웠어요. 그래서 불법도 두루 둘러보고 기독교, 천도교, 유교 등 각 종교를 두루 연구했는데 성에 차질 않아요. 이래서야 어찌 종교인이라고 하고 스승이라 하겠나 싶어서 다시 부처님 법을 되짚어 갔지. 과연 부처님께서는 49년 동안 뭘 가르치셨고, 뭘 지도하셨나 하고 살펴보다가 부처님께서 열반 하시며 ‘나는 49년 동안 한마디도 설한바 없다’며 팔만장경을 부정하고 다시 삼처전심(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 사라쌍수곽시쌍부(沙羅雙樹槨示雙趺)의 도리를 설했다는 것을 알게 됐지. 우리는 어떤 개인의 제자가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이니 부처님께서 설한 삼처전심의 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삼처전심의 도리를 해결해야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알 수 있음을 간파한 스님은 17세 이후 줄곧 선방 수행만을 고집했다. 참선을 하면서 숱한 경계와 부딪힐 때마다 선문(禪文)을 찾아보며 길을 찾았던 스님은 자세한 지침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효산선원 수행지침서’가 탄생된 배경이다. 또한 물러서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정진한 끝에 40대 후반 무릎을 치며 일어나 부처님께 감사의 예를 갖추는 경지를 얻었다. ‘이거 하나 우리한테 일어주시려고 49년 동안 설법하시고 삼처전심 도리를 가르치셨구나, 감사합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메모했던 한 장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효산수행 지침서’와 4개의 테이프로 정리돼 대중의 공부를 돕는 지침서로 탄생했다.
“불교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우주, 허공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존재입니다. 사람이 제일이라는 말입니다. 왜 그러냐?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세 가지 특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위대한 존재가 사람인데 우리는 사람이 뭔지도 모르고 사람이 누려야 할 특권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어요. 억울하잖아요? 사람의 특권이 뭐냐? 생각을 내서 모든 일을 해야 하는데 생각을 냈다하면 눈 깜짝 할 사이에 100%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주와 허공계 안에서 ‘어려움’이라는 단어는 영원히 벗어날 수 있도록 기본이 돼 있다는 겁니다. 그 기본은 누가 뺏어 갈수도 없고,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면 누구나 원래 가지고 있어요. 사용법을 몰라 사용을 못할 뿐이지 찾아서 쓰고 안 쓰고는 자기 재주입니다. 세 번 째는 허공계가 다할 때가지 남을 도우며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실행이 된 분을 인도에서는 부처님, 중국에서는 도인, 한국말로는 내 마음을 찾아내서 그 힘을 거리낌 없이 쓰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말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말입니다.
스님은 이어 삼처전심의 도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찾아서 쓰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의심을 몰아가는 간화선이 가장 바람직한 수행임을 강조했다. 스님 역시 그 의심 하나로 평생을 선방에서 수행정진했다. 그러나 내 마음의 힘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기 전에는 옆으로 삐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수행을 지도하는 스승과 지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강조한다. 효산선원을 열고 ‘수행지침서’를 펴낸 것은 평생을 바쳐 거둔 수행의 열매로 대중들을 먹여 깨달음의 길로 이끌겠다는 자비심의 발로다.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펴낸 ‘효산선원 수행지침서’에는 몸의 기본 원리, 마음의 기본원리, 말의 기본원리, 집중해서 마음을 찾아가는 방법과 공부를 하는 중에 겪게 되는 경계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고생을 많이 했어. 그래서 후학들에게 지침이 되고 싶었지. 그리고 평생을 선방에서 어려움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준 사부대중의 은혜를 갚은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겠어? 은혜를 백분의 일이라도 갚기 위해 참선을 지도하고 있어. 효산선원에서 삼처전심 도리를 해결하는 공부인이 나오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세세하게 점검을 해주고 지도를 하는 것이지. 그런데 삼처전심의 도리를 해결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삼처전심의 도리를 해결하면 첫째, 경제, 명예, 몸과 마음의 병, 수명 등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가 있어요. 또 몸과 마음을 알고 찾아내서 내 마음의 힘을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돼요. 사람이면 누구나 되는 것이고 내 어려움을 해결하고 남도 도우면서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하신 것입니다. 요즘 불자들은 진정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사람이 사람의 세 가지 특권을 해낼 때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것이지 사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람의 특권도 모르면서는 동물의 생활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말이지요. 사람으로 태어나 말의 기본도 모르고 몸과 마음의 기본도 모르고 평생을 구걸하면서 산다면 너무 억울합니다.”
스님은 이어 사람이 생각을 내는 것은 종자와 같다고 강조했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열매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종자가 되는 한 생각을 잘 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특히 근기에 따라 수행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근기란 하루 노력했느냐, 이틀 노력했느냐의 차이일 뿐, 간화선을 통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마음의 힘을 자유자재하게 쓸 수 있는 길이라고 못을 박았다.
“여타 수행법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이 나올 수는 있지만 육신통을 자재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나오기는 어려워요. 간화선이 바로 삼처전심이고, 내 마음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쓰는 방법이 간화선이므로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을 찾아서 쓰려는 생각이 똘똘 뭉쳐서 찾아내려는 생각을 딱 몰아부치는 것이 참다운 의심이예요. 근기를 말하지만, 생명을 걸고 노력하는 사람은 당하지 못해요. 그러나 처음부터 쉬울 수는 없어요. 음식 하나 만들어 먹는 것도 여러 번 해봐야 하는데 우주 허공계를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이 그만한 노력 안 기울이고 될 수가 없지요. 정확하게 방법을 알고 죽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람답게 살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주는 이가 너무 없어 안타깝다는 효산 스님. 사방팔방 손을 짚으려고 해도 짚을 데가 없다는 말씀으로 귀 막고 눈 감은 채 물질에만 집착하며 살고 있는 현실을 통탄했다. 그러나 스님은 오늘도 삼처전심의 도리를 일러주며 우주 허공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누구나 갖추고 있음을 일러주고 계신다.
글·사진= 천미희(객원기자)

효산 스님은 1934년 전남 순창에서 출생한 스님은 13세 동진출가했다. 고암 스님을 은사로 월하 스님을 계사로 득도 한 후, 가톨릭, 기독교, 원불교, 유교 등 여러 종교를 연구한 끝에 간화선법이 최상의 법임을 깨닫고 17세부터 통도사, 해인사, 불국사 등 제방선원 수행만을 고집해왔다. 5년전 효산선원을 열었으며 선원의 청소는 물론 수행 점검 및 지도까지 직접 하고 계신다. 효산선원은 새벽 3~5시, 오전 8~10시, 오후 2~4시 정진이 가능하며 토요일에는 밤 9시부터 일요일 새벽 3시까지 철야정진을 하고 있다.
2008-02-16 오후 8: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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