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학은 크게 세 가지 조류로 나뉜다. 그 최초의 세력이 19세기 후반에 프로이트가 창시한 정신분석, 두 번째 세력이 파블로프와 스키너 등의 학습이론을 심리치료에 도입한 행동주의, 세 번째 세력이 로저스가 창안한 인간중심적 접근이다.
이 세 가지 접근은 심리 상담에 접하는 방식도 각각 다르지만 무엇보다 상담의 대상인 내담자, 즉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을 비합리적이고, 결정론적인 존재로 가정한다. 인간의 행동이란 기본적인 생물학적 충동과 본능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동기화되는 것으로 보며, 출생부터 5세 사이의 어린 시절에 경험한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심리 성적인 사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초기 행동주의에서는 인간을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으로 보았다. 인간은 환경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유기체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인간의 행동 또한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학습된 부정적 또는 긍정적 습관으로 구성된다.
후기에 와서 행동주의는 인간관을 수정해 나갔다. 인간이 자기 조절 능력이 있으며, 인간의 행동은 부분적으로나마 환경을 창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인간의 자유와 의지적 선택을 어느 정도 강조했다.
인간중심주의에 와서야 인간은 좀 더 ‘인간적’으로 되었다. 로저스는 인간이란 유기체는 자체적으로 고유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 가능성을 건설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보았다. 즉 인간 존재 속에는 완전한 발달을 향한 자연적 경향성, 다시 말해 실현 경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현 경향성이 인간 행동의 모든 동기의 원천이 되는 유일한 동기라고 보았다.
불교에서는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음을 천명한다.
인간이란 단순히 물질로만 이루어진 유물론적인 존재가 아니요, 신에 예속돼 신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피조물도 아니며, 운명에 의해 결정된 피동적인 존재도 아니다. 인간 스스로의 의지적 행동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며 운명조차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외쳤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인간은 각각이 고유한 존재이며, 깨달음을 이루어 생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존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일정한 한계를 지워둔 상담심리학의 인간관과,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불교의 인간관은 이렇게 사뭇 대조된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