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비구니회가 11일부터 장장 32주간 ‘법화산림법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전국의 사찰과 단체들이 테마법회를 기획해 장기간 법석을 마련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불자들이 큰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은 오늘날의 불교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얘기다.
법회가 없는 사찰은 대중들이 모일 일도 없다. 수행을 목적으로 산문을 폐쇄하고 정진에만 몰두하는 사찰이 아니라면 모든 사찰이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어 ‘하화중생’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찰이 법문과 특강 등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법회보다는 각종 재일 의식과 불공 등 전통 신행에 근거한 일상법회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불자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바람과는 달리 법회의 형태는 의례적이기 일쑤다. 그래서 사찰에 자주 나가는 불자라 하더라도 법문을 들을 기회가 그만큼 적은 것이 불교의 현주소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도심 사찰의 포교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도입됐던 백고좌 법회 등이 성공을 거둔 것은 ‘불교의 현대화와 생활화’는 좋은 법석을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장기간 진행되는 큰 법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홍보 그리고 공간적 여건과 시간의 효율성 등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법석에 오르는 스님들의 사자후가 참가자들에게 ‘큰 공부’로 심어져야 한다. 최근 불교계에서 자주 보는 대형 기획법회들은 이 같은 조건들을 일정부분 만족시키고 있으며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의 ‘법화산림법회’는 기존의 대형 기획법회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법회를 주관하는 것도 <법화경>을 주제로 릴레이 법석을 이어가는 것도 그 주역이 비구니 스님들이란 점이 가장 돋보인다. 그간은 계율과 관습에 얽매여 비구니 스님들이 큰 법회에 초청되어 사자후를 토하는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수행의 현장이나 학계 포교일선 문화계 등 모든 분야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과 역할은 큰 폭으로 신장되고 있다. 이번 법회는 지금까지 비구니 스님들이 불교계 안팎에서 보여준 활동력을 보다 공고히 해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 이번 법회가 갖는 의미는 전국비구니회의 내적 역량과 결속력이 강화되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점이다. 전국비구니회는 회관 건립 이후 종단의 가사불사를 맡아 진행하고 크고 작은 법회와 학술회의를 주관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해 왔다. 이번 법회를 통해 그간의 역량을 총 결집해 회향하는 날까지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운영기조를 유지한다면 전국비구니회는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법석이 있어도 대중들이 모이지 않으면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이 법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직적인 홍보와 치밀한 준비 그리고 내적인 결속이 필요할 것이다. 보다 많은 대중들이 이 법회를 통해 <법화경>의 가르침에 귀의할 수 있길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