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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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육조의 오도송(상)
자성이 본래 청정한 줄 내 어찌 알았으리오!
자성이 본래 생멸 없음을 내 어찌 생각했으리오!
자성이 본래 스스로 모두 갖추었음을 내 어찌 기대하였으리오!
자성이 본래 동요 없음을 내 어찌 예측했으리오!
자성이 그 자체로 능히 만법을 냄을 내 어찌 알았으리오!
何期自性 本自淸淨
何期自性 本不生滅
何期自性 本自具足
何期自性 本無動搖
何期自性 能生萬法
-육조 혜능

6조 혜능(六祖慧能, 638~713)은 시법시 ‘보리본무수(菩提本無樹)’를 지은 후, 오조 홍인의 부름을 받아 <금강경> 법문을 듣는다.
이때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낸다(應無所住以生基心)”라는 구절에 이르자 혜능은 언하에 확철대오하니, 일체만법이 자성을 여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 구절은 혜능이 출가할 뜻을 일으키는 ‘인연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의 게송은 극도로 진공상태인 무아경지에서 심정을 토로한 오도송이다. 현대수사학으로 보면 진술시인 독백시다.
이 오도송을 듣고, 혜능이 진실로 자성본원에 이른 것을 안 홍인은 “자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불법을 공부하여도 아무 이득을 얻을 수 없다. 본심을 알고 자성을 터득한 사람이야말로 장부요, 하늘과 사람의 스승이며, 이 사람이 부처다(不識本心 學法無益 若識自本心 見自本性 天人師 佛 世尊)”라고 설하고, 조사의 의발과 돈교의 법을 밀지한다.

혜능은 광동성 영남에서 태어났다. 성은 노씨고 이름은 능이다. 너무 가난하여 글자를 깨칠 기회조차 없었던 그는, 어느 날 시장에서 우연히 어떤 사람이 읽는 <금강경> 독경소리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이 난다”를 듣고 바로 그 뜻을 알았으며, 이 경전의 말씀을 베푸는 곳이 하북 황매산 5조 홍인(五祖弘忍, 601~678)임을 알게 된다.
혜능은 멀리 하북 황매현 빙무산(별칭 동산)을 찾았다. 홍인은 그를 보자, 몇 마디 테스트를 했다.
“영남은 오랑캐라, 그런 주제에 어떻게 부처가 되겠는가?” 하자 혜능은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겠습니다만 불성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이 오랑캐와 스님이 어찌 같겠습니까마는 불성에야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육조법보단경> ‘오법전의’ 제1.)
이 말을 들은 홍인은 이 사람이 다듬어지지는 않았으나 근기가 빼어난 사람임을 발견한다.
혜능에게 방앗간 일을 시킨 지 일여덟 달이 지난 어느 날, 조사께서 법통을 전승시킬 때가 되었음을 알고 산중 모든 대중을 불러 모으고, 지혜를 스스로 살펴 자기 본심인 반야의 성품으로 게송을 하나씩 지어 오라하며, 만일 큰 뜻을 깨친 사람이 있으면 법과 옷을 전하여 제 6대조로 삼겠다고 공포하였다.
이때 대중들의 교수사인 신수는 법과 옷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스승의 분부를 받드는 의미로 아래의 게송을 지어야 했다. 신수는 게송을 오조께 바치려하니, 심중이 황홀하고 온 몸에 땀이 흘러 어쩔 수 없이 스님이 보고 판단하도록 복도의 벽에 붙였다.
이 게송을 본 5조는 제자들에게 이 게송을 암기해서 따르면 그저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칭찬하였다. 이 게송을 들은 혜능은 자기가 지은 아래 게송을, 글을 아는 사미에게 써 달라하여 신수의 게송 옆에 붙이니, 오조께서 보고 혜능이 자성을 보고 견성하였을 알고 삼경에 가만히 불려서 6대 조사로 인가했다. 신수와 혜능의 게송을 살펴보자. (계속)
2008-02-15 오후 11: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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