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사회적 기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찰은 이제 스님들의 수행과 불자들의 기도 및 신행 공간이라는 종교적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종교로서의 불교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사찰의 기능을 다양화 하는 것이다. 사찰은 종교 공간에서 문화 공간으로 확대될 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성과는 템플스테이의 ‘인기’에서 확인 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종교성을 강조하지 않으며 타종교인까지도 사찰 체험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러한 전향적인 프로그램들에 대한 호응은 웰빙 열풍을 타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찰로서는 문화운동이라는 측면과 포교라는 측면 모두에서 대단히 좋은 기회를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1번지 조계사가 올 한 해 동안 공간의 기능을 최대한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불교 총본산 성역화불사의 일환으로 시민선방을 개설하고 신행 문화 도량으로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발표다.
조계사는 한국불교의 얼굴이다. 그 위치가 수도 서울의 한복판이란 점과 조계종 총무원과 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점 그리고 인사동이라는 특별한 문화 공간에 인접해 있다는 점 등이 조계사의 지정학적 가치를 설명해 준다. 그런 곳에 위치한 조계사가 시민 누구나 찾아와 수행을 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형으로 운영된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이런 때에 맞춰 템플스테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고 하니 불교계로서는 사찰의 기능 확대를 위한 최상의 기회를 맞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운영은 적지 않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시설 개선과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이제까지도 상당한 투자를 해 왔다. 올 해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4배나 늘어난다니 사찰의 템플스테이도 4배 이상 활성화 될 것으로 믿는다. 조계사가 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곧 불교인구의 저변확대로 연결된다. 사찰의 기능이 확대되는 만큼 포교효과도 커지는 것이다.
차제에 조계사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도심사찰들도 신행 문화 도량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다가서는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의 중앙 기구에서 지역 도심 사찰들의 개방형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관련 프로그램들은 물론 시설활용에 대한 노하우와 지역적 정서를 감안한 운영의 장단점 등을 공유한다면 지역 도심사찰의 운영도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종교는 삶과 동떨어져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삶의 현장은 가장 분명한 신행의 현장이고 수행의 디딤돌이다. 불교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장점들을 도심 도량의 운영 키워드로 삼는다면 사찰 역시 삶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계사의 변화가 한국 불교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