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역학적인 연구 급하다
참 각박한 사회다. 옛날 같으면 누가 자살을 했다면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살을 해도 비집고 들어갈 신문의 틈새가 없다.
신문에 자살기사가 없다고해서 자살률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면 단세포적인 사고가 된다. 자살도 유명인이 하거나 특이한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기사거리가 되지 못한다.
자살하는 사람이 꼭 기사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 바에야 기사에 나고 안하고는 자살하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저 살아남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허황한 이야기 거리 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살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인이건 사회적인 문제이건 자살이 우리들에게 안겨준 충격도 그렇다. 자살의 이유나 방법도 다양하게 변화를 해 왔다.
최근 자살과 관련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2005년 자살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26.1명으로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살 사망률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자살로 죽은 사람은 2000년 6460명에서 2005년 1만2047명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0년 1만1844명에서 2005년 7776명으로 34.3% 줄었다. 그 결과 2005년 현재 자살로 숨진 사람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1.5배나 많아졌다.
자살의 원인에 대해 사회적인 환경 때문이라고도 하고 때로는 개인의 성격이나 우울로 돌려버리기도 한다. 그 때 그 때 편리한 합리화를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을 최면하곤 했었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자살 방지를 위해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한다고한다.
보건복지부는 자살하려다가 다친 사람의 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지금은 자기 몸에 고의로 해를 가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자살 시도자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자살을 생각하고 자살률을 낮추어야할 절대 절명의 대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근본적인 자살방지 대책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자살에 대한 올바른 통계와 원인규명 등 역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집을 짓기 위한 터를 올바르게 고른다는 의미와 같다. 올바른 기초조사의 자료가 없이는 어떤 구상도 거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좀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깊이 있는 조사를 위해 정부는 예산과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 역학 조사가 끝날 때 까지는 단편적이고 응급수준의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명존중의식을 확고히 하기 위한 교육 실천 봉사 등 다양한 수준의 실천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봉사자에 이르기 까지 자살의 올바른 이해를 인식시키고 이를 도울 수 있는 방편의 창출이 시급할 것이다. 지금 상담자나 사회복지사 치료자 종교적 교역자 등 많은 분들이 각각 나름대로의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그 실천을 통합적인 이해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개인이 갖고 있는 자살요인에 대해 보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습관과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자살은 거시적으로는 사회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그 개인의 성격 경향이나 아니면 우울증상 등 질병과 연관되는 복합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