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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이것만은…-전통사찰 조경 ‘자연’에 맞게…
사찰생태연구소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우리나라 108개 주요 사찰을 찾아다니면서 자연환경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동안 돌아보고 느낀 점은 사찰의 고유한 생태경관(生態景觀)이 크게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찰은 전통적으로 산중 숲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절로 가는 길은 어디나 숲길이었다. 그 숲길은 번잡(煩雜)의 세계에서 명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길이요, 세간(世間)에서 출세간(出世間)으로 가는 길이다. 사찰의 숲길은 누구에게나 ‘거닐고 싶은 숲길’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사찰 숲길이 개발시대에 들어서면서 끊임없이 ‘속도와 기능’을 요구받아 눈에 띄게 파괴되고 있다. 부드럽게 굽이돌던 숲길은 자동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자꾸만 직선화되고, 더 많은 자동차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숲길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길은 아스콘이나 시멘트로 뒤덮혔다.
전통사찰은 주변의 생태계가 고유성을 지닐 때 비로소 참다운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오늘의 사찰 주변 식생현황은 매우 부정적이다. 일제강점기 때 녹화사업용으로 들어온 귀화수종인 아카시나무, 리기다 소나무, 일본잎갈나무들은 어느 사찰림에서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찰 경내에 조경된 나무들도 외래수종이나 원예종들이 우리 고유나무들을 밀어내고 너무나 무분별하게 많이 들어와 있다. 가이즈까 향나무, 중국단풍, 노무라단풍, 튜립나무, 칠엽수, 일본목련, 스트로브 잣나무, 일본 연산홍...... 이런 수종들은 조경업자들이 편의위주로 권한 것을 사찰측에서 무분별하게 가져다 심었기 때문이다.
전통사찰은 전통적인 경관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 전통경관은 우리 고유의 식생일 때만 가능하다. 외래수종들이 자생수종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통문화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본류들도 마찬가지이다. 지자체 당국이 사찰 진입로 주변 화단에 심어놓은 초본들도 거의가 외래 원예종 일색이다.
전각 주변의 크고 작은 화단에 심어놓은 초본들도 어림잡아 70~80%는 시중에서 파는 외래종이거나 원예종들 꽃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영주의 ‘ㅂ’사의 화단은 모두가 외래원예종 일색이다. 법당의 불단이나 스님들의 방에도 예외 없이 외래 서양란 일색이다.
상업 대중적 가치에만 비중을 둔 조경도 문제가 심각하다. 고창의 ‘ㅅ’사와 영광의 ‘ㅂ’사 등 남도의 몇 군데 고찰에서는 지자체 당국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사화(꽃무릇) 천지로 만들어버렸다. 그 바람에 다른 야생화들이 많이 죽어나갔다.
이것은 자연성과 다양성을 훼손한 또다른 생태폭력이다. 관광개발도 좋지만, 그들이 생태적인 마인드도 없이 남의 땅에 들어와 함부로 재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다. 담장 밖으로는 망초, 달맞이꽃, 미국자리공, 개자리, 돼지풀, 땅빈대 등 귀화식물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 귀화식물들의 특징은 지나친 불사 등으로 고유한 자연환경이 파괴된 곳만을 찾아든다.
귀화식물들은 고유한 자생식물들을 내쫓고 들과 산을 무섭게 점령해가고 있어서 생태계 교란과 훼손이 매우 염려스럽다.
이제는 전통과 수행에 맞는 조경을 생태적으로 복원해야할 때이다. 이를 위해 불교전문 수목원이나 불교전문 조경연구소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조채희(사찰생태연구소 사무국장)
2008-02-15 오후 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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