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은 끝없는 의문에 대해 애매한 대답 뿐
부처님 가르침, 쓸모없는 논쟁의 현명한 대안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지적설계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과학과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특히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다윈에 근거한 진화론 대신에 혹은 같은 비중으로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칠 것을 주장하면서 더욱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논쟁의 중심은 다음과 같다. 즉, 생물이 가지고 있는 오묘하기 짝이 없는 DNA의 복제, 그리고 단백질 분자의 상호관련,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항체가 생기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면역 체계, 크게는 인간이 보여주는 학문적, 예술적인 재능을 진화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오묘하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선택’이라는 법칙에 기초를 두고 있다. 형질이 자연에서 잘 생존할 수 있도록 선택된 것들만이 계속 생존하고 변형,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법칙을 자연 선택이라고 하였다.
또 하나의 논점은 우주상수에 대한 것이다. 물리학의 마지막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의 탄생에 대한 설명에서 물리학자들은 몇 가지 상수를 도입한다. 상상할 수 없는 작은 점으로부터 우주가 탄생하는데, 이 작은 점이 가지고 있는 질량사이에 중력이 너무 커서 더 이상 작은 점으로 존재할 수 없으면서 대 폭발을 겪게 된다는 설명이다. 폭발의 순간을 설명하기 위해서 물리학자들은 몇 개의 상수를 도입했는데, 이 상수가 몇 억분의 일만큼만 다른 값을 가지더라도 우주의 탄생을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독교의 창조론이 공격을 받는 점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역사적으로 항상 틀려왔다는 점이다. 즉 지구가 돌지 않고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던 점, 그리고 창세기가 주장하는 지구의 나이가 몇 천 년이라고 하는 점 등이 공격을 받는다. 둘째 더욱 큰 약점은 그 조물주가 왜 하필이면 히브리 문화가 만들어낸 유대인의 신인가라는 점이다. 세계 각 민족은 각각 세계의 탄생에 대한 각자의 신을 만들어 냈는데도 말이다.
셋째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면, 왜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괴로움이 존재하는가, 왜 수억 년을 기다려서 인간을 만들어 냈는가, 조물주는 누가 만들었나 등 전통적인 끝없는 의문에 대해서 그저 애매한 대답이 있을 뿐이다. 창조론에 근거한 사람들의 마지막 답은 믿으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초기경전에서 쓸모없는 논쟁중의 하나로 조물주가 있는가에 대한 논쟁을 꼽고 계신다. 이 가르침이 결코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논쟁을 중단하고 인간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는 실용주의 노선인지, 아니면 집착하는 중생들이 느끼지 못하는 우주의 존재론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이야 말로 현대가 겪고 있는 쓸모없는 논쟁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서울대 전기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