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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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마라 까샤빠의 어머니
부처님 재세시, 꾸마라 까샤빠의 어머니는 어릴 적에 이미 세상사의 무상(無常)을 느끼고 출가하려고 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 남편의 허락 하에 출가했지만,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승원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부처님과 사부대중의 공개 조사를 통해 출가 전에 임신한 것이 증명되어 승원에서 계속 수행하는 것이 허락되었고, 이후 까샤빠를 낳았다.
왕의 도움으로 왕자들과 함께 자라난 까샤빠는 곧 자신의 출생인연을 알고 출가하였다. 까샤빠 비구가 출가한 지 12년이 흘렀을 때의 일이다. 그때까지도 어머니 비구니는 이별한 아들을 생각하면서, 눈물 젖은 얼굴로 탁발을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거리에서 까샤빠를 만났다. 어머니는 “내 아들아!” 하고 부르짖으며, 아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그만 넘어져 가슴에 우유를 쏟아 옷이 젖고 말았지만, 일어서자마자 아들의 팔을 꼬옥 잡았다.
까샤빠 비구는 ‘만약 어머니가 내게서 친절한 말을 듣는다면, 그것은 이 여인에게는 안 될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무엇 하는 짓이오? 그대는 수행자로서 아직도 인간적인 집착을 버릴 수 없단 말이오?”
이 말에 놀란 어머니는 ‘아~, 아들이 도둑같이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되물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방금 뭐라고 말했느냐?”
아들은 똑같이 냉정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속으로 한탄했다. ‘아, 너 때문에 나는 12년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는데,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은 굳어있구나. 왜 내가 너에 대해서 더 이상 연연해한단 말인가?’
바로 그때,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아들에 대한 집착을 뿌리 뽑고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법구경 주석서>에 나오는 이 일화는 마치 한편의 공안(公案)을 보는 듯 하다. 자식의 차가운 말끝에 모든 애착을 내려놓고 단박에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갈애(渴愛)하는 ‘그 마음을 항복받아(降伏其心)’ 일체의 집착을 떨쳐낼 수 있다면 오랜 수행을 요하지 않고도 돈오(頓悟)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선문염송>에는 이 일화와 관련된 ‘방하착(放下著)’ 공안이 등장한다.
부처님 재세 시, 흑치범지가 신통력으로 오동나무 꽃을 양손에 들고 와서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향해 “범지야 그것을 놓아버려라” 하니, 범지가 즉시 두 손에 든 꽃을 차례로 놓아버렸다. 그런데 다시 부처님은 “놓아버려라” 하셨다.
범지가 “세존이시여, 저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거늘 무엇을 놓으라 하시나이까?” 하니, 부처님께서 “내가 너에게 놓으라 한 것은 꽃을 놓으라 한 것이 아니고, ‘밖으로 6진과 안으로 6근, 중간의 6식을 한꺼번에 놓아버리라(汝當放捨 外六塵 內六根 中六識)’한 것이다. 놓아버릴 곳이 없으면 이곳이 네가 생사를 면한 곳이다” 하셨다. 범지가 그 말 아래 곧 무생법인(無生法忍: 나고 죽음이 없는 마음자리)을 깨달았다.
방하착은 주관과 객관, 생과 사, 고(苦)와 락(樂), 선과 악, 옳고 그름, 유(有)와 무(無) 등의 온갖 대립관념을 버리는 것이며, 버린다는 생각조차 비우는 것이다. 일체의 고정관념, 분별심, 망상,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깨끗이 비워 무일물(無一物), 무소득(無所得)의 심경이 되는 것이 깨침의 핵심이다.
까샤빠의 어머니는 “5온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고통이다”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아의식의 투영 없이 나와 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무명(無明)의 식(識)을 지혜로 변화시킨 것이다. ‘전식성지(轉識成智: 식이 전변하여 지혜를 이룬다)’의 도리에 대해, 감산 대사는 “만약 ‘감정에서 일어나는 생각(情念)에 얽매여 멈춘다면 지혜가 인식(識)을 이룰 것이고, 만약 생각 생각이 전변하는 곳에 마음이 얽매이지 않아 감정의 뿌리를 맺지 않으면 인식이 지혜를 이뤄 모든 시간 속에서 항상 큰 선정에 머물 것이다”라고 하였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8-02-11 오후 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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