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PC가 등장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사무실에서는 우선 몇 사람에게 PC 사용법을 교육하였습니다. 그리고 퍼스널 컴퓨터는 사무실마다 몇 대 정도만 허용됐습니다.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사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보편화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게 되었습니다.
컴퓨터가 사람들 간에 확산됐을 뿐만 아니라 그 이용도 다양화되었습니다. 단순한 계산기에서 의사통신의 수단이 되고 오락의 도구가 되고 정보와 지식의 생산과 전달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또한 상업적 거래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발전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 인류는 하나의 거대한 망으로 조직된 사이버공간에서 생활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네트워크 사회가 출현함으로써 우리는 누구도 그 망에서 고립되어 존재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사건이 터졌습니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은 미국에 국한하여 우리나라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금융사건의 충격파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증권시장은 그 충격파로 요동을 치고 일제히 폭락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제 ‘나비효과’는 기상시스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서 태풍이 일어나는 이른바 ‘나비효과’는 금융시스템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사건과 세계적 주가폭락은 금융시스템의 ‘나비효과’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오늘날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한 사람의 행동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관계의 사이버 공간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2500여 년 전에 <화엄경>에서 그러한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을 법계연기라고 하며 인드라망으로 비유하여 말합니다.
인드라망은 거대한 그물인데 그 그물의 코마다 밝은 보석이 달렸습니다. 그 보석은 서로 서로 비추어 한 보석 속에 여러 보석의 모습이 비치고 여러 보석의 모습과도 다른 한 보석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것을 상즉상입(相卽相入)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그것이 바로 다중일(one in many)로 그 한 사람이 여러 친구들로부터 동시에 이메일을 받으면 그것이 일중다(many in one)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사람의 의식이 당연히 변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과거 고립된 시대에 가졌던 독자적이며 독립적인 의식에서 상호의존적이며 상호협력적인 마인드로 바뀌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독자적 자아(autonomous self)가 관계적 자아(relational self)로 바뀌어야 망으로 짜인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와 남의 장벽이 무너지고 종래의 대립과 투쟁의 마인드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계적 자아관이 끝까지 가면 바로 무아(無我)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한 나쁜 행동과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곧 망의 연결을 따라 다시 내게로 돌아오니 나도 그 해악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상극이 아니라 상생(相生), 공생(共生)의 마인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윈윈(win-win)의 생활태도인 것입니다.
태안 기름유출이 일어나자 너도 나도 자원하여 기름제거작업에 봉사하러 가는 것이 바로 그러한 마인드인 것입니다. 태안의 고통과 불행은 그곳 주민만의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로버트 리프턴(R.Lifton)은 프로티안(protean)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그가 바로 보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