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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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거사의 딸 월상녀
사리불이 어느 날 성으로 들어가다 유마 거사(維摩詰)의 딸인 월상녀(月上女)가 성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를 가는가?”
월상녀가 대답했다.
“나는 사리불님처럼 그렇게 갑니다.”
“나는 성으로 들어가고 그대는 성에서 나오는데, 어째서 나처럼 간다고 하는고?”
“부처님의 제자들은 어디에 머무십니까?”
“부처님의 제자들은 큰 열반에 머문다.”
이에 월상녀가 “부처님의 제자들이 열반에 머물렀으므로 나도 사리불님처럼 그렇게 갑니다”라고 하였다. 이 문답은 <선문염송> 제71칙에 나오는 공안이다. <불설월상녀경>에 따르면, 부처님이 비야리국 대수림(大樹林)의 초모(草茅)정사에 머무를 때, 성안의 이차가(離車家)에 비마라힐(浚摩羅詰: 유마힐)이라는 큰 부자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무구(無垢)라고 하였는데, 그들 부부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딸이 태어날 때 몸에서 묘한 광명이 솟아 온 집안을 비추었기 때문에 월상(月上)이라고 이름 하였다. 전생의 공덕으로 좋은 가문에 태어난 월상녀가 부처님께 출가하는 과정에, 사리불을 비롯한 여러 보살들과 대승의 교리를 문답으로 주고받는 장면이 경전과 공안집에 묘사되어 있다.
이 화두의 대의는 월상녀는 큰 보살이어서 대열반에 머물렀기에 ‘들고 남(出入)’과 ‘오고 감(去來)’이 없어졌고, 사리불은 성문(聲聞)인지라 ‘출입’과 ‘여기와 저기(彼此)’가 없어지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원오극근 선사는 이 공안에 대해 “머물러도 머무는 바가 없고, 다녀도 다니는 바가 없으며, 보아도 보는 바가 없고, 써도 쓰는 바가 없다. 여러분의 발꿈치 밑이 허공같이 넓어 열 개의 해가 함께 비치는 것같이 닿는 곳마다 광채가 찬란하다. 이를 안다면 월상녀와 더불어 무생법인(無生法忍:나고 죽음이 없는 마음자리)을 함께 증득해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월상녀와 역대 조사가 공감한 들고 남이 같은 길(道), 여래의 큰 해탈에 머물기 위해서는 본래부터 맑은 본체의 근원과 하나 되어야 한다. 즉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이 제법의 ‘실상은 상이 없어(實相無相)’ 공(空)이라 한다. <반야심경>의 설명이다.
“모든 법의 공한 모양은(諸法空相)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不生不滅),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不垢不淨),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느니라(不增不減).”
즉 제법의 실상은 불생불멸하고 무시무종(無始無終)한 진여(眞如)이자 불성인 것이다. 본래 있는 그대로의 진리인 진여성은 공성(空性)이자 <열반경>의 대아(大我)이자 우주적인 마음, 대승심(大乘心), 대심(大心), 일심(一心)인 것이다.
부처님은 <잡아함경>에서 “모든 행은 무상(諸行無常)하고, 모든 법은 무아(諸法無我)요, 열반은 적정하다(涅槃寂靜)”고 설하셨다. 또한 “무상하고 무아이며 일체 어디에도 머물 수 없고 이름 할 수 없으므로 공이라 이름 하나니, 하나의 근원 속에 일체의 모든 것이 실체가 없으므로 이름 하여 일체개공(一切皆空)이라네”라고 설하셨다. 즉 월성녀는 일체개공의 도리와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의 삼법인(三法印)을 깨달았음을 알 수 있다.
월성녀와 같이 불교의 근본진리인 삼법인을 깨닫기 위해서는 공관(空觀)을 닦아야 한다. 이에 대해 <금강경>은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ㆍ그림자 같으며, 이슬ㆍ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는 관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은 “응당 색(물질)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며, 응당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대상) 등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 것이요, 응당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應無所主 而生其心)”라고 자상히 일러주고 있다.
이러한 공관법은 모든 수행의 기본에 해당된다. 그 어떤 수행법을 닦든 일체를 ‘토끼뿔’ ‘거북털’로 관하고, 닦는 바 없이 닦아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8-02-01 오후 1: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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