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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와 소박미’는 친일적 시각동·서양 해체로 민족문화 재구성해야
강사 : 임지현 교수(한양대 서양사 전공)
주최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한국문화연구단
일시 : 1월 14일
장소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대회의실

상상의 지리 - 동양, 서양 그리고 한국
2008베이징올림픽 개막과 폐막공연은 중국 영화계 거장인 장예모(張藝謀)감독이 맡았다. 장 감독은 영화 ‘영웅’(2002)과 ‘황후화’(2006)를 통해 중국을 서방에 알렸다. 비평가들은 장 감독 작품을 서양인의 감각에 맞춰 오리엔탈리즘으로 완벽히 포장해 냈다고 평가한다.
서양인이 원하는 동양의 이미지로 재구성된 동양은 중국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한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동양화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오늘날 국가이념과 민족성의 동향에 부합되는 사실성의 문제를 함의한다. 이런 점에서 서양 근현대사는 물론 동유럽사와 민족주의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한국의 제반 문제를 푸는데 활용한 임지현 교수(한양대)의 강연은 우리에게 다른 역사적 자아 주체라는 해석 관점의 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임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동ㆍ서양 문화의 해체를 통해 민족문화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가 우리에게 던진 ‘민족문화’라는 화두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는지 그의 강의를 통해 들어보자.

민족예술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온 삶의 흔적의 편린들.
여기저기 있는 그것을 우리는 민족문화라는 집합으로 묶어
‘민족문화’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여기서 민족문화의 특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거기에 맞지 않은 삶의 문화적 편린은 재구성 되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늘 이야기는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나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을 갖고 한국사회에서 한국의 문화학과 한국학 또는 동아시아학을 연구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여기서 ‘상상의 지리’란 에드워드 싸이드(Edward W. Said)가 <오리엔탈리즘>에서 이미 말한 ‘동양을 동양화 하는 것의 표상’임을 밝힙니다.
# 동양(toyo)과 동아(toa)의 차이
독일 역사학자 라인하르트코젤렉(ReinhartKosell
eck)은 2004년 독일역사학대회에서 ‘동양과 동아의 사용에 어떠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가’를 발표했습니다. 코젤렉은 “동양과 동아시아. 동아시아 공동체. 대동아공영권 등 발화자가 긍정적 뉘앙스의 이미지를 추구할 때는 ‘동아’를 쓰고, ‘동양’이란 말은 부정적 뉘앙스로 의미된다”고 정리했습니다.
오리엔트를 처음 동양이라 번역한 곳은 일본입니다. 하지만 영어권과 불어권에서 사용되는 오리엔트 속에는 동아시아를 천시하는 오리엔탈리즘적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내려 보는 관점 말입니다. 반면 독일 오스트아지엔(Ostasien)에는 동아시아에 대한 경멸의 의미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국과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은 본격적인 아시아 식민지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일본은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로 동아시아를 표현했을까요? 일본은 끊임없이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주변국인 조선과 중국을 연구하는 학문을 동양사 범주로 넣었습니다. 국사학ㆍ동양사ㆍ사학을 만들 때 일본사인 국사를 동양사에서 뺀 일본은 아시아적 오리엔트가 아닌 서양의 경로를 밟은 문명국가임을 저변에 깔고자 의도했던 것이죠. 여기서 조선과 중국은 서양의 동양이란 의미를 깔고 있습니다. 반면 대동아 공영권을 이야기 할 때는 동양이라 하지 않고 동아라고 합니다. 결국 일본은 더 이상 동양이 아닌 것이 됐습니다.

#서양과 유럽
우리가 쓰는 동양이나 동아라는 말이 실재적인 개념일까요. 저는 실재적 개념이라기보다는 구성된 개념이라고 봅니다. ‘유럽’이란 말, ‘서양’이란 말은 항상 ‘동양’이란 말과 함께 짝지어졌을 때 의미가 형성됩니다. 실제 유럽이나 아시아란 말은 ‘에우로파(europe)’ ‘아시(asie)’라는 헤시오드의 <신통 기>에 나온 여신을 말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기원을 더 깊게 어원론적으로 들어가 보면 오늘날 유럽이나 아시아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기보다, 역사적 조건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되고 재구성되는 용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동ㆍ서양의 치환
<동서양의 치환>(Displacing East and West)은 2006년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독ㆍ폴역사가회에서 발표된 주제입니다. 흥미롭게도 독일의 동양학은 폴란드 연구를 말하고, 폴란드의 서양학은 독일연구를 말합니다. 2차 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만든 콘라드 아데나워(Adenauer Konrad)는 프랑스와의 접경지에 살면서 라인강을 건너 프로이센 영토에 올 때마다 “아~ 야만적인 아시아~”를 외쳤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문명적인 영향을 받은 라이난트에 살던 아데나워가 볼 때 라인강 동쪽의 독일 지역은 서양이 아닌 아시아였던 것입니다.

#일본역사학
동아시아가 독자적 정신문화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서유럽의 역사문법에 따라 자신의 역사를 재구성해야 했습니다. 동아시아 최초의 국사책인 <일본사략>이 1878년 파리 국제박람회 사무국의 요청으로 편찬되었다는 사실은 이 점과 관련해 흥미롭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서 본 모범적 모델에 따라 자기 고유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최초의 <일본미술사>는 미국인 어니스트 페놀로사(Ernest Fenollosa)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일본에 20년간 살면서 서양미술의 분류체계에 따라 일본 미술을 조각. 회화. 건축. 공예의 장르로 구분했습니다.

#한국역사학
김원룡 선생과 안휘준 선생이 공저한 <한국미술사> 서문을 봅시다. 한국미술의 특징을 ‘자연주의와 소박미’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외국 미술사가의 평을 인용한 것인데요. 해방이후 일본에서 동양사를 공부하고 돌아온 이들은 일본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주어만 일본에서 조선으로 바꿨습니다. 근대 한국 미술사는 동경제국대 공과대학 조교수였던 세키노타다스(關野貞)로 인해 시작됩니다. 그는 일본 미술사에 적용된 유럽적 모델에 따라 한국미술을 분류하고 등급을 매겼습니다. 세키노는 의도적으로 통일신라 미술을 고평가했고 조선시대 예술을 국가ㆍ지방ㆍ인민이 피폐한 퇴락한 예술시기로 저평가했습니다. 이것은 신라 이래 쇠퇴한 한국 역사는 당연히 일본의 지배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펴는 근거가 됐습니다.
한국미술의 본질이라 통칭되는 자연주의를 조선백자의 미술적 가치로서 승화시킨 인물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입니다. 야나기는 “조선의 백자는 외양이 여성적일 뿐 아니라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정이 넘치고 여성의 따뜻함과 나섬 없는 사려 깊음이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이것은 조선백자라는 물질의 여성화를 넘어 조선과 조선인의 여성화로 규정됩니다. 통념적으로 한국의 문화 정서가 ‘한’이 되어버린 지금. 야나기의 조선 애정이 오늘날 민족주에 끼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결론짓자면 오리엔탈리즘은 기본적으로 셀프오리엔탈리즘(Self-Orientalism)입니다. 이제는 구성주의적 시선. 탈식민주의적 시선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동아시아 역사가 제고 돼야 합니다.
글·사진=가연숙 객원기자 omflower@hanmail.net
2008-01-28 오전 9: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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