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성도절 전야에 전국의 사찰에서는 승가와 재가 구분 없이 철야 용맹정진을 했다. 동안거 결재중인 선방문을 열고 재가불자와 함께 정진을 한 사찰도 있다. 성도절 전야의 철야용맹정진은 수행과 교화를 본분으로 하는 불교의 힘이다. 부처님 되신 날을 기려 ‘우리도 부처님 같이’ 정진하는 불제자가 되겠다는 다짐의 의미와 하루속히 성불을 하기 위해 수행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발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자들은 성도절 전야의 철야용맹정진을 한 번의 경험으로 묻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수행과 생활은 둘이 아니다. 살아 있는 매순간이 희노애락의 범주 속에 있다면 연기(緣起)하는 모든 관계를 초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이 바로 수행이다. 고통이든 즐거움이든 그에 대한 집착을 떠나는 것이 수행이다.
성도절 전야의 철야 용맹정진은 성도절을 기리는 행사가 아니라 스스로 수행을 다지고 발심의 끈을 조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를 통해 생활 현장에서 매 순간이 수행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닦고 또 닦아야 하는 것이다. 수행을 하여 자신의 삶이 맑고 향기롭게 변할 때 주변 사람에게 행복의 향기를 나누 줄 수 있음을 명심하고 매순간 수행하는 불자가 되자.
“불교계 공약 지키겠다”에 기대
“후보시절 공약한 대로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세계화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마련한 한국불교지도자 신년 하례법회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한 다짐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후보시절 대덕 큰스님들의 불교적 가르침과 조언이 큰 힘이 됐다”는 말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교계로 인해 힘을 얻은 바 있고, 이제 새로운 정부를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세계화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약의 재다짐’인 셈이다. 전통문화란 말로 포괄적인 표현을 했지만 분명 불교문화를 포함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어 불교문화는 종교적 범위를 초월한다. 민족의 역사에 내포된 불교문화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사회에서도 불교문화는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부합된 코드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라는 개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명박 당선자가 불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말한 전통문화는 불교문화를 크게 내포한 개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당선자는 새로운 정부를 이끄는 동안, 불교관계법의 개정을 비롯 문화재 보수 관련 예산 증액 등 불교계에 대한 각종 약속들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불교계에 지켜야 할 약속은 종교적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미 서울시장 시절부터 불교계와 종교편향 문제로 질타를 받는 전례가 있으므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부기구의 종교편향 방지를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믿는다. 이명박 당선자는 드러나지 않은 대불교계, 혹은 대종교계 공약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간 상생과 화해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