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인
부산대 지역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7일 발생한 충남 태안의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는 우리나라 환경사상 최악의 해상 기름유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동안 ‘검은 재앙’ 앞에 죽어가던 바닷가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아래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빨리 복구되어 가고 있다.
어느덧 태안유류오염사고가 두 달째로 접어들면서 전 국민 자원봉사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 1996년 해인골프장 건설반대운동시 전국적인 서명운동이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일반국민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로 100만 명을 기록하였다는 것은 한국환경사의 새로운 역사의 장을 기록한 중대한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 사고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어려운 국가적 재난을 당하여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해결하고자하는 관심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하튼 이번 사고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문제점과 방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첫째는 사고선박의 무관심과 무대응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안전대책에 신경을 썼더라면, 사고자체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소재의 규명과 확실하고도 책임 있는 보상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는 1995년에 발생한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유류오염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이번 사고를 참조한 철저한 분석과 관련 매뉴얼, 전문성을 확보하여 유사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는 전국에 걸친 전 국민의 참여로 인한 자원봉사가 잘 체계화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정부기관 및 시민단체사이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유사시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여야 한다.
넷째는 이번사고와 같은 자원봉사가 단지 눈에 보이는 몇 달만의 단기간에 걸친 일시적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고의 규모와 피해가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더욱 복원되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긴 호흡으로 준비해가야 한다.
이와 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하더라도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2005년 미국에 머물 때 카트리나 사고를 보면서 미국사람들의 자원봉사와 기부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도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자 했다. 사랑과 봉사의 실천행이 중요함을 잘 알 수가 있었다. 미국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군사력과 경제력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다방면에 걸친 자원봉사와 건전한 기부문화였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것은 이와 같은 사회전반에 걸친 나눔의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태안 사고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 또한 초기부터 종단과 해당지역 본사인 수덕사, 불교환경연대 등 불교시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왔다. 그동안 불교계가 안고 있던 우리들만의 관계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적 관심사에 몸으로 솔선수범하는 실천행의 구체적인 사례로서 태안 사고는 특히 중요하다.
앞으로도 지역피해주민과 해양복원에 관한 충분한 보상 및 장기적인 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자원봉사와 성금의 조성 등 지원이 절실하다. 아직도 제대로 방제되지 않은 도서지역 등 사각지대가 많이 남아있고, 해양오염의 특성상 한 두 해로 마무리될 일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관리와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이미 불교계는 상당히 조직화되어 적극적인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시적인 단기간에 걸친 관심과 행동만이 아니라, 이제는 적어도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관심과 활동으로 적극 준비하고 활동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