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이시여, ‘여성도 거룩한 가르침을 따라 힘써 수행하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세존께서 설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난아, 여래는 그렇게 설하였느니라.”
“그러시다면, 어찌하여 고타미 부인의 출가를 승낙하지 않으시나이까? 지금 부인과 많은 석가족 여인들이 강당 밖에 와 있습니다.”
“여성들이 출가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석가족 부인들의 믿음이 그와 같이 굳건하다면, 어찌 출가를 승낙하지 아니하랴.”
곧 고타미와 많은 석가족 여인들이 들어와 세존의 발에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니들이여.”
야소다라 부인도 함께 출가하였다. 마하파자파티 고타미 비구니는 머지않아 아라한이 되었다. 고타미 장로니(長老尼: 원로 비구니)는 <장로니게>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모든 괴로움 널리 살펴 끊고, 괴로움의 원인인 망집(妄執)을 떨쳐내고,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道)을 실천하여, 망집의 소멸을 실현하였습니다.…이것은 나의 최후의 몸입니다. 나는 태어남을 되풀이하는 윤회를 다 멸해 다시 미혹의 생존을 계속하는 일은 없습니다.”
<대애도비구니경>과 <비구니건도> 등에 따르면, 부처님의 이모이자 양모(養母)인 고타미 왕후는 최초의 비구니로서 아라한이 된 분이다. 고타미 장로니는 괴로움의 원인인 망령된 집착을 없애 윤회의 속박, 미혹으로 얽힌 생존의 굴레를 벗어난 것은 팔정도의 실천으로 가능했음을 밝히고 있다.
불자라면 누구나 해탈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바른 길인 팔정도 즉, ①바른 이해(正見) ②바른 생각(正思惟: 또는 의도) ③바른 말(正語) ④바른 행위(正業) ⑤바른 삶(正命) ⑥바른 노력(正精進) ⑦바른 기억(正念: 또는 마음챙김, 알아차림) ⑧바른 집중(正定)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일상 속의 수행방편으로 여겨서 그대로 정진하는 불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팔정도를 단순한 교리로만 이해하고, 거기에 숨은 귀중한 수행의 원리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타마 장로니는 분명히 팔정도에 의해 윤회를 벗어난 아라한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믿어야 한다.
팔정도는 ‘괴로움의 소멸을 이루는 성스러운 진리’로서,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성제(聖諦)중 도성제(道聖諦)에 해당한다. 팔정도는 양 극단(쾌락?고행)을 버리고 여덟 가지 중도(中道)수행으로 해탈에 이르는 길이다. 이 깨달음의 길은, 이미 계(戒)의 바탕위에서 정(定)이 성립되고 그 다음 혜(慧)가 완성되는 계정혜 3학의 세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즉 ‘계’의 항목은 정어ㆍ정업ㆍ정명이며, ‘정’의 항목은 정정진ㆍ정념ㆍ정정이며, ‘혜’의 항목은 정견?정사유이다. 팔정도에 대한 부처님의 법문 가운데, 가장 수행법과 관련이 깊은 정념, 정정에 대해 직접 들어보자.
“어떤 것이 ‘바른 마음챙김(正念)’인가. 진리를 수순(隨順)하는 생각이니 헛되고 망령되지 않는 것이다. 몸에서는 몸을 전심전력으로 알아차려서 분명한 앎으로 계속 관찰한다. 그리하여 알아차리지 않으면 나타나는 탐욕과 근심을 버린다. 이와 같이 감각에서, 마음에서, 법에서는 법을 전심전력으로 알아차려서 분명한 앎으로 계속 관찰한다. 그리하여 마음챙김 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탐욕과 근심을 버린다. 어떤 것이 ‘바른 선정인가(正定)’인가. 마음을 어지럽지 않은 곳에 머물러 두고 굳게 거두어 가져, 고요히 삼매(三昧)에 든 한 마음이다.”(잡아함, 사정경(邪正經))
이와 같이 불법에 대한 바른 이해와 일체를 분별심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여실지견(如實知見)을 바탕으로 계율, 선정, 지혜를 닦는 중도수행이 팔정도이다. 초기불교 수행의 핵심인 팔정도는 대ㆍ소승의 모든 수행의 원리를 담고 있기에, 간화선과 염불, 위빠사나 등 그 어떤 방편으로 공부하든 잊지 말아야 할 수행원칙이 아닐 수 없다.
김성우 객원기자 buddhapia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