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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창비, 2004
유안진은 1941년 안동에서 태어나 1965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 <다보탑을 줍다>는 그의 12번째 시집이다. 시집을 읽어가다 보면 간혹 보이는 기독교의 어휘를 통해 그가 ‘섬겨온 종교’가 가톨릭임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들 가운데 몇 편은 불교적 제재의 차용이나 상상력의 시에서 발견된다.
그가 섬기는 신앙과 달리 불교적 세계관이 그의 몸에 생래적으로 체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국보 제78호
삼국시대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한 장 사진만으로도
새 정토이다
언어도단의 아름다운 극치
극치의 신비 신비로운 절대

이 미소 이상은 모두가 게거품질이고
이 미소 이하는 모두가 딸꾹질이다
안면근육경력이다.
- ‘미소론’ 전문

시인은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사진을 보고 창작동기를 얻고 있다. 반가사유상은 석가가 출가하기 전에 태자로 있었을 때 진리와 인생에 대하여 깊이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륵신앙에서는 석가가 돌아가신 후 56억 7000만년쯤 뒤에 천재지변과 도둑이 들끓는 말세가 오고, 그때 도솔천에 있던 미륵보살이 이 세상의 용화수 아래 내려와서 미륵불이 되어 석가가 못다 구제한 중생을 구제하여 이 세상을 다시 고통이 없는 안락한 이상국토로 정화한다는 믿음이다.
사유의 깊이가 보이고 밝고 순진무구한 미소와 함께 총명함이 깃들어 보이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에서 시인은 ‘새 정토’와 ‘언어도단의 아름다운 극치’를 보고, ‘극치의 신비 신비로운 절대’를 보고 있다.
그래서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아닌 것은 게거품이고 딸꾹질이고 안면근육경련이라며 공격적인 어투로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절대화 한다.
“바람이 현주소다/ 허공이 본적이다”(‘주소가 없다’)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있는 그의 시집에는 ‘나’에 대한 어휘가 두드러지게 많다. 그의 ‘나’는 시 속에서 “나는 늘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단다”(‘내가 가장 아프단다’」)라거나, “나는 본래 없었다”(‘나는 본래 없었다’)는 등 ‘나’를 자주 들여다보고 확인하면서 아집으로 인한 고통과 아견을 벗어나 ‘무아’에 이르기도 한다.
또 ‘부석사는 건축되지 못했다’에서는 경북 영주에 있는 사찰인 부석사에서 제목을 빌려와 돌을 던지며 시위를 하는 ‘부석 행위’를 하였으나 결국 시위를 통해 ‘부석사’는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개심사 입구 세심동에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 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 않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다보탑을 줍다’ 전문
2007-09-28 오후 4: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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