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본능(id)이 있는 곳에 자아(ego)가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깊은 동기와 소망에 부딪혀 낯설고 두려운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통합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의식화 작업 가운데 중요한 것이 잊어버린 어릴 적 경험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이 경험 속에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 갈망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환자로 하여금 과거 경험을 기억해 내게 한 기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최면 요법이다. 이 방법은 환자가 겪은 사건은 기억에서 잊혀졌으나, 그 사건으로 인한 영향은 증상이라는 위장된 형태로 살아 있을 경우에 행한다. 즉 최면의 힘을 빌려 과거의 외상적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과거에 육체적 또는 성적인 외상이 있을 때는 유효하나, 그럴 만한 사건이 없는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환자가 의식적인 통제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행해지므로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한 신경증 등에는 별 효과가 없어 프로이트도 일찍이 이 방법을 포기했다.
두 번째 기법은 자유연상이다. 자유연상에서는 각각의 증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는 것처럼 환자가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게 하는 것이다. 심중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지, 비록 엉뚱하거나 수치스럽거나 기괴하거나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말로 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얽히고설킨 수많은 삶의 과정과 기억의 파편이 제각기 짝을 찾고 이해되며, 지금-여기의 삶에 수용되고 정리되게 된다.
세 번째는 잊혀진 과거를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즉각적인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마음에 나타난 것은 무엇이든 연구하는 것”이 기억을 해내는데 유용함을 알아차리고, 치료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에만 집중함으로써 환자의 자기 이해를 방해한 저항을 환기시켜 환자에게 설명해 주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마크 엡스타인은 프로이트가 활용한 세 가지 기억하기 기법 가운데 세 번째인 ‘현재에 초점 맞추기’와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법이 똑같다고 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프로이트는 이러한 방식의 기억하기는 정신분석 시간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고, 불교에서는 일상생활에서도 꾸준히 놓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점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프로이트는 환자의 개인사를 이해하기 위해 환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으로서 현재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불교에서는 과거의 기억 되살리기나 개인적인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궁극적 지혜를 얻기 위해 마음 챙김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실제로 마음챙김 수행을 한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마음챙김이 세 번째의 기억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이트가 말한 세 가지 유형의 기억을 모두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