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종합 > 기사보기
15.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네(1)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斫來無影樹
물 가운데 거품을 태워 다 할지니라
盡水中
가히 우습다 소 탄 자여
可笑騎牛者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騎牛更覓牛

오늘날까지 당상의 대중법문으로 많이 회자되는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하는 선화는 필자 역시, 오랫동안 무딘 머리를 괴롭혀 왔던 공안이었다. 이 선화로 대중법문하신 전강선사(田岡永信, 1988~1974)의 법문을 옮긴다.
소요(逍遙) 스님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자비하여 성동이라고 고을 사람들한테 칭송을 받았다. 13세에 출가하여 부휴대사 밑에서 일대시교를 통달하고 수 백 명의 학인 가운데 운곡(雲谷), 송월(松月) 스님과 더불어 법문삼걸이라고 칭호를 받았던 17세의 소년 강사 소요 스님이 묘향산에 계신 서산대사를 찾아갔다. 그날부터 시봉을 시키면서 <능엄경> 한 토막씩을 매일 가르쳐 주셨다. 매일 배우다보니 삼년이 다 지나갔다. 소요 스님이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면 서산대사는 웬일인지 때 묻은 작은 책을 보시다가는 곧 안주머니에 넣곤 했다. 소요 스님은 그 작은 책에 대하여 매우 관심이 많았다.
하루는 서산대사가 잠자는 틈을 타서 그 작은 책을 보려고 하니 서산대사는 깜짝 놀라 깨어나서 그 책을 더욱 소중히 감추는 것이다. 그 작은 책을 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단속이 심하고 또 아무런 법도 얻지 못하였으니, 더욱 화가 나서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그래서 소요 스님은 서산대사에게 하직을 고하니 그때야 비로소 서산대사가 그렇게도 소중히 여기던 그 작은 책을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가려고 하거든 이 책이나 가지고 가게” 하셨다. 서산대사가 주신 책을 펴보니 게송이 있는데, 바로 이 게송이 쓰여 있었다.
이 게송을 가지고 20년간을 참구하였으나 깨닫지 못하고 나이 40에 다시 묘향산에 돌아가서 서산대사를 뵈오니 감개가 무량하여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20년간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는 스승이 아니었던가. 서산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공부가 어떻게 되었느냐?” “떠날 때 주신 게송의 의지를 아직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서산대사께서 “가히 우습다 소 탄자여,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하시는 바람에 소요 스님은 언하에 확철대오 하였다.
(전강선사법어집 <언하대오>25~28)
소요 태능(逍遙太能,1562~1649)의 시 역시 당대의 많은 명사들로부터 선과 시가 빼어났다고 칭송을 받았다.

잎 지자 일천 산 조용하고
葉脫千峰靜
달뜨니 온갖 골짝 빼어나다
月臨萬壑奇
산가의 말 끊긴, 이 현묘함
山家絶言妙
바깥사람 알지 못하게 하시오
勿使外人知 -소요 태능

위의 게송 1행과 2행 “잎 지자 일천 산, 조용하고/달뜨니 온갖 골짝 빼어나다”는 선리적인 입장에서는 쌍차쌍조(雙遮雙照)의 화엄도리를 겹겹이 드러내고 있다.
1행에서 ‘잎이 지다’는 ‘막다 빼앗다의 차(遮)’의 표현이고, ‘조용하다’의 정(靜)은 ‘되비침, 조(照)’의 표현이다. 곧 ‘일천 산’이 있는 그대로 석가의 샛별처럼 드러난다. 그리고 2행에서 ‘달뜨다’는 조(照)의 이치이니, 곧 되비치니 ‘만학이 갑자기’ 그 자태를 여시하게 드러낸다.
곧 선시의 모순적 어법 가운데 선시의 반상합도(反常合道)의 수사법이다.
3행과 4행 “산가의 말 끊긴, 이 현묘함/바깥사람 알지 못하게 하시오” 3행에서 보이는 ‘산가(山家)’는 숨어버리고, 도리는 들어나 묘(妙)로 표현되었으니 우리를 다시 한 번 뒹굴게 한다. 4행은 반어적 수사법인 아이러니다. 선사는 발가벗고 중요한 것을 만 사람에게 보여주고 있다.
깨친 자에게는 담담함이 있다.
착어 : 별무기특이라, 하늘 별들아 아직 무사한가. 오늘도 어둠을 갉아 먹는 너 정말 기특하구나.
2007-09-11 오전 10:23:28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