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치료에 새로운 방법론을 찾기 위해 불교에 관심을 갖고 접근했다가 실망하는 사람이 꽤 있다. 불교에는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신 병원이나 심리상담소를 찾는 주요 증상은 정신증, 신경증, 성격 장애 등의 심리적 문제와 적응하기 힘들 정도의 생활상의 문제다. 그러나 불경에는 이러한 심리 장애를 치료한 사례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불경에 수록된 많은 법문이 일반인 가운데서도 정신적으로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수승한 승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법문이라고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 더 올바른 삶을 살게끔 이끄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반면에 정신분석의 대상은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무의식 속에 억압된 내용이 자아를 압도하여 자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정신분석의 목표는 무의식적인 욕구나 충동을 의식화하고 통합하여 성숙한 적응 방식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담자는 지금까지 유아·아동기적 갈등을 방어하는데 사용했던 심리적 에너지를 현실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성숙한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정신분석은 애당초 심리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전한 학문이니만큼 이들을 치료하는 방법론도 많이 개발되었다. 프로이트 시대의 대표적인 기법이 자유연상·저항·전이·꿈의 분석과 해석이다. 자유연상과 저항, 전이, 꿈 등을 통해 내담자의 미로 같은 마음의 연쇄를 따라가다 보면 내담자의 마음의 내력과 현재의 조직을 파악할 수 있다. 분석가가 이들의 관련성과 의미를 해석해 주면 내담자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동기를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프로이트 이후에는 환자의 증상의 원인을 지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정서적인 경험에 중요성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들은 정서적 재경험이 기억의 탐구와 지적인 재구성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교정적 정서 체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으로, 내담자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과거에 그가 처리할 수 없었던 정서적 상황에 다시 노출시킴으로써 이전 경험의 외상적(traumatic) 영향을 수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분석은 현재를 재구성하기 위하여 과거의 심리적 경험에 천착한다. 그리하여 프로이트가 말한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반면 불교는 이미 흘러간 과거를 부여잡지 않는다. 현재는 과거 업인의 과보로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재를 철저히 참구함으로써 미래를 바꾸어 나간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고자 한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