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는 잎의 크기에 따라 온대지역의 소엽종(小葉種)과 열대지역의 대엽종(大葉種)으로 구분한다. 보통 우리나라에 분포된 차나무는 소엽종이다. 소엽종은 발효차보다는 발효하지 않은 녹차 종류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조건이 가장 중요하다. 지형, 기상, 토양 등이 일차적 요인이다. 강이나 호수 주변의 습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반양 반음(半陽 半陰)의 양지 바른 그늘진 숲속이 최적의 생육 환경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차산지는 전남 강진·순천·보성, 전북 순창, 경남 하동, 진주 등에 분포되어 있다. 주된 차나무 종은 오래 전부터 차산지에 분포되어있던 야생 재래종과 해방 전후 일본에서 유입된 야부기다종이 있다. 야부기다종은 생산량이 많고 재배 관리하기가 용이한 반면 병충해 피해가 많아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 우리풍토에 적응되어 온 야생 재래종은 추위에 강하여 동사율이 낮으며 병충해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어 피해가 적다. 하지만 새순이 자라는 시기가 일정치 않아서 기계사용이 어려우며 생산량이 많지 않아 다수확을 할 수 없다.
1900년대 초 우리 차는 사찰이나 농가에서 스님들의 수행과 약용으로 만들어 마시는 정도였다. 일본인에 의해 재배되던 차밭은 해방이 되자 정부에 귀속되고 이를 다시 기업이 인수한다. 생산기반이 취약했던 당시 실정으로 일본에서 제다 기계를 들여와 대량 생산의 기틀을 마련하지만 미흡한 수준이었다. 당시 홍차에 대한 수요 증가로 생산량이 부족하게 되자 품질이 낮은 홍차와 불량 홍차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한다. 양질의 홍차를 생산하기 위해 외국산 홍차 원료를 수입하여 국산 홍차와 혼합하여 판매하는 등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거치는 시기였다.
이후 정부는 농어민 소득 증대 특별 사업의 일환으로 전남 보성과 광주 무등산 지역 농가에 차밭 조성을 꾸준히 지원하게 된다. 73년에 이르러 차밭 면적이 증가되어 580ha로 늘어난다. 그러나 근세 이후 정치적 변혁기를 거치면서 커피는 서양의 선진문물로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에게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멋진 지식인처럼 보인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차보다는 커피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
커피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차 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차 제조판매 업체에서는 기존 차밭을 정비하고 새롭게 차밭을 조성하여 차의 맛과 마시는 방법 등 다각적 노력을 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국산차 마시기 운동을 전개하여 80년대 중반부터는 차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상승하게 되고 이후 차가 건강음료로 떠오르게 된다. 국제 차 심포지엄, 매스컴에서의 차 효능에 대한 홍보는 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과 함께 차를 ‘건강음료’로 자리 잡게 했다.
언제 어디에서나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차와 구수한 맛과 향 등 여러 기능이 함유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상품이 출현한다. 비수기철인 여름에 마실 수 있는 냉차도 출시된다. 식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차를 이용한 산업은 기업 및 마니아에 의해 주도되어 차는 서서히 다도(茶道)라는 인식에서 탈피, 건강에 좋은 차가 ‘생활의 여유’라는 측면으로 강조된다.
■이창숙(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