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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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선 전통 계승·발전시켜야 (끝)
“부모님이 곁에 계시는 건 큰 축복”
28.우리 엄마를 찾아 주세요

“프랑스 입양아인데 네가 좀 도와줘.”
대학생 M양은 봉사센터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19살 된 한국인 프랑스 입양아가 서울에 오는데 안내해 줄 사람이 없으니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M양은 영어는 할 줄 알았지만 입양아는 만나본 적이 없어 좀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 처음이에요. 친엄마를 찾으려고 왔어요. 여기 서류가 있으니 물어보면 된다고 했어요.” 착해 보이는 그 남학생이 말했다.
고3이라고 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마음이 아팠다. 세 살 때 입양된 그는 영문을 모르고 살다가 초등학생이 된 후에야 자기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백인 부모가 잘 해 주기는 했으나 한국의 친부모 생각이 간절했다. 얼굴도 모르지만 무조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조금씩 돈을 저금했다. 한국에 가는 비행기 값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아예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더 돈을 모았다. 드디어 고 3이 된 지금에야 간신히 비행기 값이 되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입양 당시 서류 몇 장뿐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록은 없고 엄마가 맡긴 것으로 되어 있었다. “친엄마 만나길 너무 기다렸어요. 놀지도 않고 일해서 힘들게 돈 모았고. 우리 엄마 빨리 찾아 주세요.” 열심히 말하는 그 애의 눈을 보니 M양은 목이 메었다. “양부모님은 잘 대해 주시니?” “네, 그래도 이런 돈은 안 주세요.” 한숨을 쉰다.
서류를 보니 지방의 한 도시의 입양 기관이었다. 그는 당장 내일 기차타고 그리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M양은 혹시 몰라 그 기관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전화를 받아서, 한참을 이것저것 물어본 후에 “지금 그 학생 옆에 있어요? 그 학생은 한국말 못 알아듣지요?” “네, 그런데 왜 물으세요?” “아. 혹시 옆에서 들을까봐 그래요.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으세요. 학생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안 돼요.” M양은 가슴이 철렁했다. “친엄마 기록은 있는데 엄마가 그 당시에 정신이 이상했던 것으로 병원기록이 나오거든요. 그러니 이제 와서 찾는다 해도 정상이 아닌 엄마를 만나서 뭐하겠어요. 아들 알아볼 리도 없고. 그러니 이런 경우 애들에게는 그냥 ‘찾을 수 없다’고 말해주는 게 나아요. 물론 애 아빠 기록은 없고.” M양은 놀라서 “그래도 찾기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글쎄, 정상이 아니라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그런 엄마 만나면 더 실망이고 충격이지, 차라니 못 찾는다고 하면 엄마에 대해 좋은 마음이라도 갖게 되니 그게 더 나아요. 잘 알아서 찾을 방법이 없다고 말해 주세요.” 하였다.
전화를 끊고 M양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는 “뭐래요? 우리 엄마 찾았대요?” 할 수 없이 “어떡하니. 거기 가도 소용이 없대. 너의 엄마는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고 말해 주었다. 당장 그는 얼굴색이 변하며 화를 냈다. “말도 안 돼요! 기록이 있다고 했어요. 무조건 찾아봐야 돼요!” 그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내가 19년을 기다린 건데 꼭 엄마를 만나야 돼요! 한국 오려고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
“난 너무 싫었어요. 왜 한국은 외국에 애를 보내는 거예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부모는 백인이고 난 피부색도 생김새도 완전 다르잖아요. 꼬마 때부터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내가 입양아란 게 표가 났어요. 나는 진짜 자식이 아니잖아요. 너무 슬프고 화가 났어요.” “난 한국사람이에요. 한국 엄마가 내 엄마고요. 꼭 찾아야 해요. 안 되면 해마다 다시 올 거예요!” 그를 설득하다가 결국 M양은 그를 붙잡고 같이 엉엉 울게 되었다. 그는 다른 단체에 또 알아본다고 가버렸다.

M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친부모님이 계심에 감사하게 되었다. 다른 집보다 넉넉하지 않아 하고 싶은 것을 못해 늘 불만이 많았었다. “그래도 저희 부모님은 적어도 내게 이런 고통은 주시지 않았거든요. 야단맞아도 내 부모고, 또 나 잘되라고 하신 건데.” 갑자기 감사함이 마음 가득 차올랐다. 그 입양학생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9-05 오후 3: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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