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3. 3.1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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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밤 미시령| 고형렬| 창비 2006 | 6천원
불교적 제재로 빚은 한폭의 그림

고형렬은 1954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 등이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청봉 수박밭> <해청> <사진리 대설> <성애꽃 눈부처> <김포 운호가든집>에서와 장시집 <리틀 보이>, 동시집 <빵을 들고 자는 언니>를 발간했다.
그는 최근 시집 <밤 미시령> 후기에서 “나의 시들은 나의 시의 징검돌이 되기를 꿈꾼다. 기호와 메타포로 가득한 세계에서 나는 아직 시의 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시력 30여년이 되어가면서 ‘시의 길을 찾지 못했다’는 시인의 고백은 시의 경지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시인들을 대신하여 말해 주는 것이다.
이전 시집들에서 불교적 제재를 시에 끌어왔던 고형렬은 <밤 미시령>에서도 ‘개금불사’ ‘청화’ ‘젖’ ‘나옹’ 등의 불교 제재 시를 등재하고 있다.

불단에 이렇게 씌어 있다. “부처님 복장을 해야 하므로 잠시 고깔을 씌워드렸습니다.” 새로 순금을 입힌 부처님은 화상을 입은 듯, 손금도 눈도 지워져 온몸이 성한 곳이 없을 듯. 고깔을 벗겨드리려면 이달 29일이 와야 한다.
숨소리 없는 한지 속에 계신 부처님을 향해 소년은 숨 다 뱉어내고 아버지 곁에 붙어 합장을 했다.
아주 오래된 부처님도 휴가시다. 문밖 400년 된 느티나무에서 매미 울음이 여름을 찢는다. 세상이 환해질 눈 창의 날 아직 남았다.
-‘개금불사’ 전문
시인은 강화도 전등사에 갔다가 개금불사 중인 부처님을 만난 경험을 한 폭의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하얀 한지 고깔로 가려 놓은 부처님 얼굴을 보고 세상이 다 돌아가신 것 같았다고 부정적 감정을 확장하며, 새로 순금을 입힌 부처님이 화상을 입거나 손금과 눈이 지워져 성한 곳이 없다고 대상을 부정적으로 비유한다.
대상을 부정적으로 언술하는 것은 독자에게 감정의 충격을 더하기 위한 시적 방법이다. 개금불사 기간을 오래된 부처의 휴가 기간으로 보는 시인의 발상이 새롭다.
‘청화’는 오십 육년 간 하루에 한 끼 공양을 하며 수행을 한 실제 인물을 제목으로 한 시다. 화자는 “하루 한 끼만 받고 궁금했던/ 그대 작은 신발, 만지고 싶다”고 하여 석가가 열반한 며칠 후에 장례식에 도착한 제자 가섭에게 정진을 하라는 의미로 보여주었던 발을 환기시키고 있다.
다음 시는 고려의 선승 ‘나옹’을 제목으로 하여 쓴 시다.
승복을 벗고 목탁도 버리고
저 자라고 싶은 대로 놔둔
머리카락과 수염 어느새 백발
쪽박 찬 저 거지들보다 내가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겠소
공양을 받으며 만인을 내려다보며
내 두드린 목탁은 순 거짓이었소
오늘 천천히 보니
저 하늘에는 그늘이 없구나
그저 푸른 하늘만 사태사태 가득할 뿐
눈이 시릴 뿐
그만 그 하늘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러곤 쾅 문을 닫고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구려
이 세상 좋다는 것 다 버리고
오늘 눈을 떠 보니
어리석은 자는 저 앞에 혼자 절뚝이며
두 목발로 걸어오고
간신히 새 한 마리 그늘을 달고 날아가는
맥 푸른 하늘 속
비명으로 질러 날아가는 파란 그늘 하나
줄기세포 사이로의 꿈처럼
거기 그의 작은
발목이 살짝 보였다오. -‘나옹’ 전문
2007-09-05 오전 11: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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