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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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정신분석과 불교-4
프로이트는 자신이 치료한 환자의 증상과 치료 과정 등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겼다. 하나하나의 사례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이론을 발견하고 정립하는데 커다란 계기로 작용함은 물론 증거도 되었다.
프로이트가 환자의 증상을 대하는 자세는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 수행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증상을 앞에 놓고 “이 뭣고” “이 뭣고” 하며 그 심리적 기제를 풀 때까지 의문의 꼬리를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수수께끼를 풀고 나면 희열을 느끼며 그 원리를 이론화하고 공식화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 덕분에 정신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프로이트처럼 복잡한 과정을 겪지 않고도 비슷한 증상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치료 작업과 간화선 수행이 비슷한 면도 있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간화선에서는 인생이라는 일대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화두를 참구하는 반면, 프로이트는 환자의 심리적 문제 증상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간화선에서는 스승이 화두를 제시하고 수행자 본인이 참구해 가지만, 정신분석에서는 스승의 역할을 하는 프로이트가 화두[문제] 참구한 뒤 거기서 얻어낸 답을 환자에게 알려 주는 방식이다. 환자의 역할은 화두[문제 증상]의 제공자로서 끝날 뿐이다.
정신분석에는 세 가지 치료 규칙이 있다. 내담자의 자유 연상, 분석가의 ‘고르게 떠 있는 주의(evenly hovering attention)’, 그리고 절제다.
프로이트는 초기에 최면으로 노이로제 증상을 치료했다. 그러나 최면 치료는 환자의 잊혀진 심리적 사건을 기억해 내고 감정을 발산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문제의 원인까지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고심하던 프로이트는 ‘자유연상기법’을 발견해 냈다. 환자 자신이 그 시간의 주제를 선택하여 무엇이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프로이트는 환자가 제시하는 무의식적인 내용의 조각을 의식적인 것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한다. 둘 다 깨어서 작업 동맹을 맺으며 공동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자유연상을 할 때 분석가는 ‘고르게 떠 있는 주의(evenly hovering attention)’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특별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환자가 말하고 있는 것, 보이는 것, 그리고 분석가의 내부에서부터 떠오르는 것 등 이 모든 것에 골고루 주의를 기울인다. 이는 ‘현재에 일어나는 현상[法]을 매순간 바로 거기서’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주체자가 문제를 느끼는 당사자인 환자가 아니라 치료자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위빠사나 수행은 무상·고·무아를 체험하는 반면, 정신분석에서는 환자의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한다는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2007-09-05 오전 10: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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