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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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을 꿈꾸는 ‘짝퉁’ 시대
요즘 청소년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 가운데 ‘짱’과 ‘짝퉁’이라는 말이 있다.
‘짱’이란 얼(얼굴)짱, 공부짱, 쌈(싸움)짱같이 한 분야에서 남다르게 뛰어나거나 최고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일컫을 때 쓰이는 모양이다.
‘짝퉁’은 명품을 흉내 낸 가짜상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최근에는 중국이 종주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짝퉁’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짝퉁’의 범주를 넘나드는 양심이나 우정, 애정도 적지 않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아무튼 참 우스우면서도 신통한 것은 이 ‘짱’이나 ‘짝퉁’은 어디에다 붙이든 제 역할을 보란 듯이 척척 잘도 해낸다는 점이다.
이제 두 낱말은 이미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들 못지않게 최고를 부러워하고 그것을 흉내내려는 ‘짱’과 ‘짝퉁’의식은 처음엔 낱말을 트집 잡던 어른 사이에서도 이미 만연되어 있는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거개의 사람들은 일년을 하루같이 ‘돈짱’, ‘권력짱’, ‘몸짱’, ‘재주짱’ 등을 화두처럼 끌어안고 산다. 그러다보니 ‘짱’이 되면 어깨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짱’이 못된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하기 일쑤다.
물론 ‘짱’을 꿈꾼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또 ‘짱’이 되었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을 일도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설령 ‘짱’이 못되었다고 해서 모두 ‘짱’의 반대인 이른바 ‘꽝’은 아니다. 여기서 ‘짱’은 못되면서 ‘꽝’은 면하려는 몸부림의 틈새를 노리고 등장한 것이 바로 ‘짝퉁’이 아닌가 한다. ‘짝퉁’은 겉치장과 모방심리가 빚어낸 합작품이랄 수 있겠으나 그 이면에는 ‘꽝’을 모면하려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왠지 ‘꽝’이 될지언정 ‘짝퉁’은 되지 말았으면 싶다.
‘꽝’은 왠지 ‘짱’과 ‘짝퉁’을 뛰어넘을 소지가 있어 보이나 ‘짝퉁’은 그 가능성이 오히려 아주 희박할 것 같은 기우에 젖어들게 되어서다.
또한 ‘짱’을 꿈꾸되 ‘짱’이 못되었다고 해서 결코 실망할 필요도 없다.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짱’이나 ‘꽝’이나 그 틈새의 ‘짝퉁’이나 모두 환상, 거품, 그림자처럼 허무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허무한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한 ‘짱’이나 ‘꽝’은 없으며 ‘짱’이 아니어도 행복한 인생의 주인공은 얼마든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을 사람들은 ‘맘짱‘이라 부른다.
‘맘짱’! 그렇다! 정작 그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마음이라고 우리는 곧잘 떠벌려대지만 또 얼마나 쉽게 망각해오곤 했던가?.
중요한 것은 ‘짱’이 아니라 ‘짱’이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이다.
세상엔 진품과 똑같은 가짜가 있는가 하면, 가짜만도 못한 진짜들도 판을 치며 살고 있다.
‘짝퉁’보다 함량이 미달인 ‘짱’도 얼마든지 많다는 이야기다.
한 지식인은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시대는 이미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사라져 가고 있으며 ‘짝퉁’시대는 인간의 양심과 숨결을 점점 느끼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바 있다.
‘짝퉁’이 사라지고 ‘짱’들과 ‘짱’을 꿈꾸는 사람 가운데 ‘맘짱’들이 늘어나길 바라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멸종되어 가는 착한 동식물들처럼 우리 내면에 얼마 안남은 ‘맘짱’의 분자들마저 나날이 멸종되어가고 있는 듯해 앞으로 세상살이가 더 팍팍해지지 않을까 적이 염려스럽다.
은산 (부산 금선사 주지)
2007-09-03 오후 4: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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