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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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휴가의 참다운 의미
P씨는 곧 떠날 여름휴가를 위해 짐을 싸다가 빙그레 웃고 말았다. 제일 먼저 챙기게 되는 것이 경전과 스님의 법어집이었던 것이다. ‘하하. 내가 언제부터…’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30대 중반인 P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는 것을 좋아했다. 술도 잘 마시고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는 편이었다. 어디에 가서도 소위 분위기 메이커였다.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차를 운전하며 돌아다녔다.
그 때문에 집에 있는 적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회사 동료나 친구를 불러 함께 여행을 떠났고, 안 되면 혼자서라도 반드시 떠나야 했다.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는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달 내내 술에 절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머니가 “너 생활이 그게 뭐니. 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마음부터 좀 다스려야겠다” 하며 절에 가자고 했다. 절? 거긴 아주머니들이 가는 따분한 데 아니야? 그러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억지로 가서 스님을 뵈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실까 궁금했다.
스님은 “법우님, 운전을 잘하시지요? 길도 잘 찾으시고요” 아니, 그건 어떻게 아셨지? “그 실력으로 이제 마음의 운전을 한번 잘 해 보십시오. 그러면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해질 겁니다.” “스님, 전 지금도 별 문제가 없는데요.” “그렇지요. 잘 압니다. 그러나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워 보세요. 마음 운전을 잘 하시면 더 좋아지실 겁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아침마다 10분씩 참선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얼마 동안은 다른 생각만 떠올랐다. 10분 더 자는 게 낫지 하며 귀찮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침에 참선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의 일과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을 집중하면 어쩐지 편안하고 짜증도 덜 났다. 저절로 “오늘도 잘 보내야지” 하면서 일어나 참선을 하게 되었다.
경전과 스님의 법어집을 읽어보니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깊은 진리와 지혜의 말씀이 있었다. 이제 저녁이면 집에 와서 참선을 하고 법어 읽기에 빠지게 되었다. 일요일이면 절에 가서 법회에 참석했다. 석 달째, 이젠 집중하여 한 시간이 되어도 일어나기가 싫었다. 마음을 집중한다는 것이 이렇게 전혀 새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지 정말 몰랐었다.
회사업무에서 사람들과 부딪칠 때면 집에 가기 전에 절에 가서 앉아 있게 되곤 했다. 아니, 술 먹는 것보다 마음이 더 잘 풀어지잖아! 문득 이전과는 달리 침착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마음의 운전이구나.

이제 오년 째, 점점 술도 담배에도 관심이 멀어졌다. 과거의 자신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밤에 현란한 술집 간판과 선전물을 볼 때면 가끔 놀라게 되곤 한다. “도대체 어째서 저런 데서 밤새 술 마시고 놀았을까.” 그 답답한 곳에서, 아무 의미 없는 말들만 쏟아내며 낭비한 시간들이 아깝기만 하다. 하긴 그 전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하하, 차 운전은 잘 해도 마음의 운전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
예전에는 휴가 때 얼마나 더 잘 먹고 잘 노나 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었는데 이젠 여행지에서도 친구들과 대충 놀고, 아침저녁에 참선을 한다. 시간만 나면 법어를 보게 된다.
P씨는 때로 “이게 정말 나 맞나?” 하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가득하다. “휴가요? 그 전에는 아무리 놀아도 사실 마음은 공허했었거든요. 집착과 끄달리는 마음까지 쉬지는 못한 겁니다. 스님 말씀에 마음을 쉬어라, 놓아라,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아요. 아, 마음이 쉬어야 진짜 휴가 아닙니까.”라며 미소 짓는다. 그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큰 안식처는 마음이라는 안식처다.”라는 말씀을 실감하면서 마음의 운전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7-09-03 오후 3: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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