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연마하여 학과 같이 되었으니
鍊得身形似鶴形
천 그루 솔 밑 두어 권 경
千株松下兩函經
내가 도를 물으니 아무 말씀 없이
我來問道無餘說
푸른 하늘엔 구름 병 속엔 물
雲在靑天水在甁
-이고(李 )
낭주자사 이고는 약산(藥山惟嚴, 745~828)의 덕화를 오래 전부터 듣고 흠모하여 산사에서 내려오셔서 설법하여 줄 것을 자주 간청했다.
그러나 약산이 끝내 하산하지 않자, 산사에 직접 찾아갔으나 선사가 경을 보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시자가 스님께 ‘태수가 왔다’고 아뢰었다.
약산이 미동도 하지 않자 태수는 성질이 나서 “얼굴을 보는 것이 이름을 듣는 것 보다 나을 게 없군” 하며 무안을 쏘아 보내자, 약산이 “어째서 태수는 귀만 귀히 여기고 직접 보는 눈을 천히 여기시오?” 하니, 이고가 약산에게 “어떤 것이 도냐?” 라고 물었다.
약산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알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선사가 이어서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안에 있네.”(雲在靑天水在甁)
(<선문염송>9권 335칙 ‘雲在’)
도(道)를 이렇게 기표와 기의가 알맞으며 미적인 시구로 즉시 읊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또한 오늘 우리가 이런 선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다. 이고는 이 아름다운 선게를 듣고 환희심과 수치심으로 뒤범벅이 된 채, 절을 하고 시를 지어 올렸다.
‘송림 우거진 숲, 아무렇게나 짠 경상 위에 두어 권의 경전/그 앞 그림자는 솔가지와 솔잎, 조는 듯 일렁이는 바싹 마른 노스님/세속에 찌든 나, 도가 뭐냐고 물으니/푸른 하늘엔 구름, 병 속엔 맑은 물’
착어 : 그렇다. 누군가 빠뜨린 외짝 버선.
약산이 보여준 아름답고 매혹적인 선게 ‘운재청천수재병(雲在靑天水在甁)’에, 후세 선장들이 보고 읊은 게송 한 수를 음미하자. 또 그가 뒷사람을 위해, 죽음으로 펼치는 장면을 보면서 이 장을 마무리 한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으니
雲在靑天水在甁
눈빛 가리키는 곳마다 깊은 구덩이 일세
眼光隨指落深坑
개울물 거품은 추위의 고통을 못 견디어
谿花不耐風霜苦
깊은 바다로 간다고 은근히 속삭이네
說與深深海底行
-무진거사
착어 : 은근히 속삭이는 개울물 소리 듣지 말라. 저, 무진노인의 꼬드기는 소리야. 그저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네.
장엄한 낙조다.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죽음조차 입체적으로 펼치니, 790년 11월 6일 임종하기 직전 약산은 대중을 향해 외쳤다.
“법당이 쓰러진다. 법당이 쓰러진다.”(法堂倒 法堂倒)
대중이 모두 기둥을 버티니, 선사께서 손을 흔들면서 마지막 말을 한다.
“그대들은 나의 뜻을 모르는군, 모르는군…”(<경덕전등록> 제14권 ‘약산유엄선사’)
활구법문을 마지막으로 입적한다. 수명은 84세. 법랍은 65세였다.
법제자로는 운암 담성과 선자 덕성, 도오 종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