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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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일부작 일일불식’ 선종의 핵심정신
또한 자각종색의 <선원청규(禪苑淸規)>에도 “보청에는 요주(寮主), 직당(直堂)을 제외하고 모두 모름지기 가지런히(다함께) 부(赴: 나아가다)하라. 주지(住持)인이라 할지라도 질병, 관객(官客)을 제외하고 곧 부(赴)하지 아니하면 그 시자를 중(衆)에서 나가게 하라”(上同, p163.)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의 ‘보청’조에도 역시<선문규식>과 마찬가지로 “보청을 하는 것은 위와 아래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이어 “마땅히 고인의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계(誡)를 생각하라.”(<大正藏>제48권, p 1144上)고 기술하고 있다.
위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보청이란 백장이 설한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정신 아래 전체 대중이 균등히 생산노동에 힘쓰는 것이다. 이것은 선종의 노동에 대한 정의이자 수행에 대한 규범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후 선종의 모든 노동과 수행의 근본정신으로 계승되어지고 있다.
백장청규의 핵심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연유를 살펴보면,
백장 사의 평생의 고절(苦節)과 힘든 수행은 비유로 다 말할 수 없다. 대개 매일 실행하는 노동에는 반드시 대중들보다도 먼저 앞장서 나아갔다. 이러한 모습의 선사를 주사(主事)가 차마 보고 견딜 수가 없어 하루는 가만히 선사의 도구를 감추고 쉬기를 간청하였다. 선사가 말하기를, ‘내가 아무런 덕이 없는데 어찌 남들만 수고스럽게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선사는 두루 도구를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자 그날 식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하루 일하지 않으면(一日不作),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食)’라는 말이 천하에 유행하게 되었다.(<祖堂集>제14권,<佛光大藏經>「禪藏, p724)
결국 백장의 보청정신에 의해 “하루 일하지 않으면(一日不作),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食)”라는 격언이 생겨났고, 이러한 정신은 청규정신으로 면면히 전승되어졌던 것이다. 여기서 백장은 노동을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신성한 의무이자 수행의 핵심 요소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의 이런 정신과 사상은 결국 노동과 좌선을 일치시키는 ‘선농겸수(禪農兼修)’의 수행 가풍으로 정착되게 되었다.
위에서 우리는 선종의 노동관에 대해 알 수 있다. 즉 노동과 좌선수행은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선농겸수’라고 말하는 것이다. 노동이 단순히 생산을 위한 작무가 아니라, 수행으로 승화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무가 개인의 노동에 국한된다면, 보청은 항상 위로는 주지(방장)로부터 아래로는 행자에 이르기까지 전대중이 공동으로 함께 하는 대중운력(大衆運力)으로 노동을 하되 노동상(相)에 집착하지 않고 철저히 수행의 일환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2> 선농겸수의 정신과 그 전승
사실 혜능으로부터 태동하여 마조의 홍주선에 이르러 만개한 조사선(祖師禪)사상이 생활불교로서 일상생활 가운데서 좌선과 노동을 함께 수행으로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혜능은 일찍이 좌선을 정의하여 “일체 경계에 걸림이 없어 망념이 일어나지 않음이 좌(坐)요, 자성을 보아 본성이 어지럽지 않음이 선(禪)”이라고 하였으며, “일체 시간 가운데 행주좌와에 항상 직심(直心)을 행하는 것이 일행삼매(一行三昧)”라고 주장하여 생활상의 수행을 강조하였다. 마조 역시 이른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생활선의 정신으로 ‘즉심즉불(卽心卽佛)’의 조사선사상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조사선의 일상생활의 수행전개가 토대가 되어 백장이 선원청규를 제정하고 보청법을 시행하여 선종의 자주적 수행가풍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선종에서 좌선수행과 노동생산을 일치시키는 것을 ‘농선(農禪)’, 혹은 ‘선농겸수(禪農兼修)’라고 칭한다. 좌선수행과 노동생산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생활일과로서 선종의 가장 선종다운 면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농겸수’의 선종 가풍은 이후 선종의 가장 중요한 실천덕목으로 자리매김하여 면면부절 이어져 내려오게 된다. 위에서도 대강 언급한 바 있지만 선농겸수의 정신은 무엇인가? 이것은 선원청규에 의한 보청법의 실천에서 그 의미와 정신을 엿볼 수 있겠다. 백장의‘고청규(古淸規)’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환주청규(幻住淸規)’의 보청에 대한 설명에서 그 의미를 새겨보도록 하겠다.
혹시 보청에 있어 노동에 임할 때는 일의 경중을 따지지 말고, 힘을 다해 그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좌선수행에 집착하여 적정함을 간직하기 위해 대중의 뜻을 따르지 않고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노동에 임할 때는 소리내어 농담을 하거나 큰소리로 웃어도 안 되며, 남보다 뛰어남을 자랑하거나 능력을 과시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단지 마음으로 도념(道念)을 보존하고 몸으로는 대중과 함께 노동에 전념해야 한다. (계속)
2007-08-29 오후 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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