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과 불교는 출발의 전제가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정신분석의 대상은 환자다. 환자란 심리적인 문제가 생겨 일상적인 삶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불교의 수행자는 이와 반대로 일상적인 삶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겠다는 자발적인 의지를 발현한 사람이다. 이 둘 가운데에 보통 사람들, 일상인이 놓여 있다.
이를 자아초월심리학에서는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전개인(pre-personal) 단계, 자아가 형성돼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개인(personal) 단계, 그리고 자아를 초월하여 조금 더 지고한 삶을 추구하는 초개인(trans-personal) 단계로 나누어 놓았다. 즉, 정신분석의 대상인 ‘환자’는 전개인 단계에 놓인 사람이며, 개인 단계인 수행자는 초개인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출발점이 다르므로 행위의 주체 또한 다르다. 정신분석에는 ‘치료자와 환자’라는 관계가 설정돼 있다. 치료자가 주도가 되어 환자를 분석한다. 환자는 자기의 심리 속에 있는 재료를 자유연상, 꿈, 전이, 저항 등을 통해 내어놓을 뿐이다. 환자는 ‘분석의 대상’으로서 분석을 ‘당한다’.
불교에도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가 있다. 불교의 스승은 자신이 먼저 가 본 목표 지점, 진리의 세계에 가는 길을 알려 주는 안내자다. 그 길을 가고 안 가고는 제자의 몫이다. 안내는 받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는 주체자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서 변화무쌍한 자신의 심리세계를 여실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스승의 또 하나의 역할은 제자들이 자기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검증해 주는 것이다.
정신분석에서도 분석가의 해석에 따라 환자가 ‘통찰’을 하는 과정이 있다. 여기서 피분석자인 환자가 비로소 주체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 역시 요리사인 분석가가 만들어 준 음식을 환자가 받아먹어서 소화시키는 역할일 뿐이다.
이후 인간중심상담에서 내담자가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강조되고, 정신분석에서도 분석가는 다만 피분석자의 거울 역할을 할 뿐이라고도 하지만, 분석가 중심의 관계 설정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신분석에는 ‘교육 분석’이란 개념이 있다. 교육 분석의 대상은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수련생이다. 즉 전개인 단계가 아니라 개인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환자와 치료자’ 관계의 분석과는 다르다.
이밖에 ‘자기 분석’이란 개념도 있다. 이는 스스로를 분석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많은 환자를 분석하는 한편 스스로를 분석함으로써 정신분석 이론을 구축하였다. 이 자기 분석이 불교의 수행과 가장 근접하기는 하나, 앞에서 살폈듯이 그 범위와 지향점이 불교와 다르므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